학교 밖 사이버불링 해법은 게시물 지우면 수사기관도 찾기 어려워 사이버불링만 담당 외부전문인력 갖춰야
최근 학교폭력은 기존 신체 폭력보다 사이버폭력·언어폭력 등 관계에 기반하는 ‘관계 폭력’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인 학교에는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사실상 전무한 게 현실이다.
17일 교육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학교폭력 양상이 기존과 다른 유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물리적 가해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보급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확산 등으로 사이버폭력과 언어폭력 비중이 늘고 폭력 피해장소 역시 ‘학교 밖’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와 교육청이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드러난다. 학교폭력 중 사이버폭력 비중은 2018년 8.7%, 2019년 8.9%, 2020년 12.3%로 매년 증가했다. 폭력 피해장소 역시 학교 밖인 경우가 2019년 25.1%, 2020년 35.7%로 1년 새 10%나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 확산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교폭력은 ‘사각지대’로 더 많이 숨어들어 갈 것으로 예측된다.
교사들은 이 같은 변화로 인해 공교육이 학교폭력을 포착하고 예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수업 외에 학교폭력만 담당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서모(54)씨는 “최근에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담임이 맡기보다 학생부 교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업과 행정업무 등을 하며 학교폭력 실태 파악까지 하려니 사실 확인하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교폭력은 점차 교묘해지는데 오프라인에 익숙한 교사들이 사이버상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조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최모(30)씨도 “최근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교사를 무서워하지 않은 경향이 강해 교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점점 줄고 있다”며 “사제 관계를 떠나 공정하게 학교폭력만 담당할 수 있는 외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기관들 역시 현장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이버 학교폭력으로 접수된 사건 중 유튜브 등 외국 사이트에서 벌어진 경우 가해 댓글이나 게시물을 지워버리면 수사기관에서도 조사하기 어려워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학교와 교사들이 접근해 조사하는 건 더 어렵기 때문에 교사들이 사이버폭력 대응에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에서 사이버폭력을 따로 분리해 진행하는 등 사이버폭력 대응 강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