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제품이 유통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일상생활에서 넘쳐나는 플라스틱에 피로감이 쌓인 소비자들이 불편하다는 편견을 깨고 플라스틱을 최소화한 제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는 빨대와 화려한 플라스틱 용기, 포장재가 사라지고 있다. 재고 의류를 태워서 폐기하는 대신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시도도 주목받고 있다.
◆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진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회용 상품을 많이 판매하던 편의점에서 생분해되는 빨대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 소재 상품 판매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빨대는 분리수거가 잘 안 되고 재활용 비용이 많이 들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세븐일레븐은 아예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마실 수 있는 ‘빨대없는 컵커피’를 내놨다. 흘림방지 기술이 적용된 뚜껑을 통해 커피를 마신 뒤 라벨만 제거하면 바로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매일유업도 지난해 요구르트 제품 엔요에 이어 최근 상하목장 멸균우유의 빨대를 없앴다.
◆포장재 플라스틱 조금이라도 줄여
상품 포장재와 용기, 라벨 등으로 흔히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잇따르고 있다.
롯데마트는이날부터 세제류 리필제품에 있는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하고 찢기 쉬운 절취선과 분리배출 요령을 표기한 제품을 판매한다. 리필제품을 담아 쓸 수 있으며 라벨을 부착하지 않아 재활용이 쉬운 친환경 소재의 공용기도 별도 판매한다.
이마트는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리필 자판기인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열고 여러 지점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용 리필용기에 제품을 충전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용 고객이 월평균 1000명을 넘으며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최근 본점에 세제 리필스테이션을 열고 전용 리필용기에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세제 구매 고객에게 40%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최근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친환경 택배 상자를 도입했다. 이 상자는 접착테이프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조립해 쓰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폐기할 때 테이프를 제거할 필요 없이 재활용이 가능하다. 11번가는 오는 3월부터 비닐 완충재를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완충재’로 교체할 계획이다.
코카콜라는 최근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라벨을 없앤 ‘씨그램 라벨프리’ 제품을 선보였다. 투명 페트 용기에 라벨을 부착하지 않아 소비자가 쉽게 분리수거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라벨에 기재되던 제품명과 로고 등은 패키지 자체에 양각으로 구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롯데칠성음료가 국내 최초로 출시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에코(ECO)’는 지난해 약 1010만개가 판매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재고 의류 폐기 대신 새로운 제품으로
패션업계에도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퍼지면서 제품 개발부터 폐기까지 환경을 생각한 시도도 나오고 있다.
한섬은 패션업계 최초로 그동안 불태워 폐기하던 재고 의류를 올해부터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인 섬유 패널로 만들기로 했다. 의류에서 섬유 소재만 걸러내 파쇄한 뒤, 타면 공정을 통해 솜과 같은 형태로 만들고 압축시켜 완성된다. 쓸모가 없어져 버려지는 제품에 새로운 디자인이나 가치를 더해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을 도입한 것이다.
한섬은 그동안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매년 신제품 출시 후 3년이 지난 재고 의류 8만여 벌(약 60)을 소각해 폐기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 12t의 재고 의류를 친환경 처리 방식으로 시범적으로 폐기했는데, 일부를 브랜드 매장 내부 마감재로 쓸 예정이다.
이밖에 폐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해 옷을 만드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1000만 개가 넘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신학기를 앞두고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에코 백팩 컬렉션’을 출시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