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패권 전략은 지경학적 현실주의에서 출발한다. 지정학적 현실주의라는 주장은 가장 큰 오해이자 과오다. 이는 대륙의 현실주의(continental realism)를 의미한다. 즉, 대륙에 위치한 국가가 주변국과 권력경쟁을 펼치면서 세력균형을 잡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를 위해 동맹, 연대, 연합 등의 전쟁 억제수단에 의존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의 지리적 조건과는 동떨어졌다. 미국에게는 강력한 경제력만이 패권의 밑천이다. 따라서 자유로운 무역과 금융거래를 최우선시한다. 이런 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쟁자 견제 전략을 펼친다. 미국이 대륙의 현실주의를 구사한 시기는 닉슨(1969∼1974)과 트럼프(2016∼2020) 등 두 행정부 시기뿐이다. 고립주의가 만연했던 1920년대의 전략사고도 지경학적 현실주의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경제이익을 과잉보호한 시기다. 그 결과 이민금지법과 보호무역조치 등을 양산했다.
미국이 영국의 패권 권좌를 쟁취하기까지 세 개의 역사적 단계를 밟았다. 1776∼1823년 미국은 신생 독립국가로 세계에 존재감이 없었다. 1823∼1860년에는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유럽 등지의 모든 전쟁에 개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국력 증강과 국익 확대를 위해 영국의 국제 경제질서에 순응하며 편입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