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협박·신상털이… 도 넘은 2차 가해 배우·아이돌 10여명 가해자 지목 SNS 뒤져 피해자들 실명 알아내 입증 요구하며 “주작” 비난세례 “왕따 안한 사람 있나” “예민하다” 무조건 옹호로 학폭 정당화 우려 “진위 가려질 때까지 지켜봐야”
“학교폭력(학폭) 안 당해보고 안 해 본 사람이 어디 있어? 같은 무리에서 따돌림도 당하고 좀 맞고 하는 거지.” “제발 솔직해지자. 왕따 안 시켜본 사람이 있긴 해?”
체육계에서 시작된 학폭 폭로가 아이돌 가수와 배우 등 연예계로 번지면서 피해를 폭로한 이들에 대한 도 넘은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의 팬들이 폭로자의 신상을 캐거나 무차별적인 악성 댓글을 쓰는 것이다.
23일 연예계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은 배우 조병규·박혜수·김동희·김소혜, 가수 현아·수진((여자)아이들)·현진(스트레이키즈)·민규(세븐틴) 등 10명이 넘는다. 다만 대부분의 연예인은 학폭 피해 주장을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해 모두 가해자로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폭로글의 진위를 가리기도 전에 폭로자를 향한 무분별한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팬들은 학폭 피해 글을 올린 사람의 ‘신상털이’에 나서고 있다. 폭로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뒤져 실명을 찾아내고, 폭로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린 사진 등에서 개인정보를 찾아내 공개하는 식이다. 폭로자와 가족 등을 상대로 욕설·협박 메시지를 보내거나, ‘잘나가는 모습이 배가 아파 허위 폭로를 하는 것 아니냐’며 ‘주작’으로 몰아가는 이들도 있다.
물론 허위 폭로 가능성도 있는 만큼 폭로자의 주장을 검증 없이 전부 받아들일 수는 없다. 실제 일부 연예인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폭로 대상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에 차질을 빚는 등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현재 벌어지는 2차 가해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팬은 덮어놓고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의 편을 들며 폭로자를 공격하고 있다. ‘학창시절에 맞는 일은 흔한데 피해자가 예민하다’며 폭력을 옹호하는 글까지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가수를 상대로 폭로글을 올렸던 A씨는 이날 자신에게 온 욕설·협박 메시지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나한테) 찾아오겠다, 부모님 욕 등 2차 가해를 하는 이들이 많다”며 “억측과 비난의 글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자제해달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폭로글을 올렸던 B씨도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의) 팬들이 사람 인생 망치는 중이라며 몇 백통의 메시지를 보낸다. 어떻게 피해자 눈에서 피눈물 나는 소리만 골라서 하냐”며 2차 가해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폭로가 허위일 수 있는 만큼 가해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자제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무분별한 2차 가해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폭로가 허위로 밝혀지기도 전에 무조건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을 옹호하는 것은 학폭을 정당화하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진위가 가려질 때까지 제3자인 팬이나 일반 대중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고, 사회는 학폭 문제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폭로자를 향한 신상털이나 악성 댓글 등은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한아름 변호사(법무법인 LF)는 “피해자가 악성 댓글 등에 대한 고소를 진행할 경우 사안에 따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협박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