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투고는 다음과 같다. 한국을 좋아하는 가족이 놀러 왔는데 관광지에서 식사하기 전에 공중 화장실에 한 번 갔다 왔더니 식사에 입도 대지 못하고 말수도 적어져서 고국에 돌아가서 한참 동안 안 왔다. 그때 외국인 가족이 이용한 화장실은 재래식 화장실이었고 식욕이 떨어질 정도로 악취를 풍기는 화장실이었던 것이다.
그 외국인 주민의 투고에 귀를 기울이고 관과 민이 앞장서서 동시에 움직이고 성과를 거둔 사업이 있다. 1999년 시작되어 20년을 맞이한 ‘깨끗한 화장실 만들기 사업’이다. 이 기사가 나가자마자 수원시장과 서울시장은 화장실을 깨끗하게 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화장실 협회를 창립하여 매년 화장실을 평가하는 대회도 열고 그때부터 관광지 화장실은 깨끗하고 향기나고 쾌적한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실 해외에 갔을 때 그 나라의 문화를 맛보게 되는데 공중 화장실이 어떻게 생겼는가가 그 나라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필자도 해외에서 경험한 화장실을 떠올려보면 별별 생각이 난다. 칸막이가 낮아서 옆 사람 얼굴이 보이는 화장실도 있었고 들어갈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화장실도 있었다.
국내 화장실도 옛날에는 휴지가 없는 화장실도 많았지만 그것은 아주 옛날이야기가 됐다. 어느 섬에 갔을 때 손을 씻는 세면대가 없어서 당황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공간에는 식물도 심겨 있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곳도 있고 입구에 전통 한옥 집의 안방 같은 공간도 있어서 갈 때마다 몇 명 앉아서 사진을 찍는 화장실도 있다. 화장실에서 사진을 찍다니. 그 정도로 깨끗하고 쾌적하고 자랑스러운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백화점 화장실, 대형 마트 화장실에도 큰 거울이 있어서 나가기 전에 전신을 점검할 수 있고 화장을 고칠 수 있게 의자도 있다. 화장실 바로 옆에 수유실이나 정수기를 놓고 휴식할 수 있는 소파도 있고 옛날이라면 냄새가 나서 오래 머물기 힘든 곳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화장실 협회에는 건축학 교수도 참여해서 구조자체를 연구했다고 한다. 한 시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관이 앞장서서 화장실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해온 결과 한국인도 외국인 주민도 관광객도 모두 환영하는 큰 혁명이 이르게 된 것이다.
깨끗한 화장실 만들기 사업이 시작되고 1년 후 싱가포르에서도 한국을 본받아 공중 화장실 개선에 나서게 됐다. 싱가포르 환경부 차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화장실 세미나를 통해 한국에 왔다가 깨끗한 공중 화장실에 감명을 받은 것이다. 차관은 여자 화장실에 남자 어린이 변기도 같이 있고 세심한 배려가 있는 것도 보고하고 한국의 훌륭한 화장실 개선 사업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관광객이 또 오고 싶어하는 창문이 중국 여행에 갔을 때는 버스에 탑승하는 관광 가이드라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그래서 나라의 얼굴이 되니까 가이드 대우도 좋다고 들었다. 한국의 얼굴이 화장실일 수도 있고 공공기관의 종사자일 수도 있고 버스, 택시 등 기사일 수도 있다. 호감을 갖는 나라 이미지를 모두의 성실한 노력으로 이뤄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