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743% 폭등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주가가 최근 연일 휘청거리고 있다. 테슬라가 대규모로 투자한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하며 주가도 동반 하락한 것이라는 견해와 함께 전기차 업체로서의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2.19% 하락한 698.84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13%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이긴 했으나, 지난해 12월31일 이후 처음으로 700달러선이 무너졌다. 전날 8.55% 폭락을 포함해 4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테슬라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게 됐다.
BBC방송은 “머스크가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는 것은 테슬라가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 이은 2위 시장인 중국에서 테슬라가 배터리 발화와 이상 가속 문제로 소환을 당하고,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국 GM 등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애플도 호시탐탐 전기차 사업 진입을 노리면서 테슬라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 18일 ‘모델Y’의 최저가 버전과 ‘모델3’ 가격을 2000달러씩 내렸는데, 주말을 지나며 모델Y를 아무 설명 없이 자사 판매 홈페이지에서 없앴다. 그간 테슬라 주가가 너무 고평가돼 있다고 주장해온 GLJ리서치의 고든 존슨은 CNN에 “저가 버전이 너무 많아져 마진이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했을 수도 있고, 저가 버전 수요가 많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며 “이번 사태는 테슬라 차량이 팬들 기대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슬라 시가총액은 여전히 전 세계 8대 자동차 업체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최근 하락세는 그동안 주가가 너무 높이 뛰는 바람에 찾아온 현상일 뿐 주가 회복을 예상하는 시각도 많다.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다시 한 번 안전벨트를 조여 매야 할 때”라면서도 테슬라 주가 12개월 목표가를 950달러로 제시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