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차기 대선을 앞둔 여의도에 ‘이합집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여야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대선 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의도에서는 유력주자를 중심으로 지지기반 확보를 위한 물밑 움직임이 분주하다.
여권에서는 ‘친문(문재인)적통’이 아니라는 공통점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당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대결을 벌이고 있다. 특히 누가 더 탄탄하고 폭넓은 조직을 구축했느냐는 대선 첫 관문인 당내 경선 통과와 직결된다. 상대 후보보다 먼저 견고한 조직력을 갖추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이 지사는 최근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외연 확장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 지사가 서울 여의도에서 주최한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는 민주당 현역 의원만 50명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이 지사는 다음 달 3일에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정책 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대표의 ‘조력자’ 스펙트럼은 넓다. 이 대표는 1979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동교동계를 취재했고, 이때 인연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5선 의원, 전남지사, 국무총리 등을 거치면서 관계를 넓혀온 만큼 호남과 친문(친문재인), 언론인 출신 등 다양한 영역의 인사들이 그를 돕고 있다.
오영훈 의원은 이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지근거리에서 돕는 ‘최측근’ 인사다. 이 대표는 17대 국회 당시 강창일 의원과 한일의원연맹을 함께 하면서 강 의원의 보좌관인 오 의원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사무총장인 박광온 의원도 이 대표 측근 인사 중 한 명이다. 대표적인 친문 인사이기도 한 박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 캠프에서 선거조직을 지휘하며 이 대표를 도왔다. 최인호 수석대변인 또한 당시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 대표의 ‘친정’인 동아일보 출신의 양기대·윤영찬 의원도 지지세력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이 대표가 기자였던 시절 ‘동교동계 막내’였던 설훈 의원도 그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고개 드는 ‘제3 후보론’…대선 변수 될까
여권에서는 이 지사와 이 대표의 대결로 대선 구도가 단순화될 조짐을 보이자 경선 동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3후보’를 등판시켜 적극적으로 판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친문 적자’ 주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내 주류인 친문 세력이 새롭게 등장한 제3후보에 힘을 보탤 경우 대권 지형이 급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친문계 의원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4.0’ 모임의 이사 홍영표 의원이 “제3의 다크호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친문 일각에서 ‘대선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제3후보 옹립을 위한 ‘시간벌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제3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문재인정부 첫 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실장과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 ‘86그룹’의 맏형으로 꼽히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다. 임 전 실장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에 견제구를 날리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책 ‘노무현이 옳았다’ 출간 이후 지역을 순회하면서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이 장관은 다음 달 3일 여의도에서 남북 간 코로나19 의료협력과 관련한 토론회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낼 계획이다. 지난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대권과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던 김경수 경남지사도 최근 이 지사 견제에 합류하고 있어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대선 잠룡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정세균 총리는 가까운 의원들과 공부 모임인 ‘광화문포럼’을 재개하며 세를 다지고 있다. 이원욱·한병도·김영주·김성주·안호영·김교흥 의원 등 ‘SK(정세균)계’를 포함해 규모를 50여명으로 키우는 등 대선주자로서 활동 준비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김민순·이동수·배민영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