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성장률 전망 3% 유지 수출 호조 불구 민간소비는 부진 물가상승률 1%→1.3%로 상향 취업자, 기존 전망보다 5만명 ↓ 금통위, 기준금리 0.5%로 동결 “인플레 대응보다 경기방어 중요”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과 마찬가지로 3%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국민의 삶은 당초 예상보다 더 팍팍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망에서 물가는 기존 전망치보다 더 오르고, 취업자 수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5일 우리나라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26일 전망치와 같다.
지난해 성장률은 -1.0%로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여파다.
성장률은 그대로이지만, 고용 전망은 지난해 11월보다 악화했다. 앞선 전망에서는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올해 상반기에 5만명, 하반기에 21만명이 늘어, 연간으로는 13만명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상반기 취업자가 오히려 9만명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에는 26만명 증가해 연간으로는 8만명이 전년보다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당초 예상과 비교하면 취업자 수가 연간 5만명 줄었다. 이는 공공일자리 부문이 포함된 것으로, 당분간 좋은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 시점 1.0%에서 1.3%로 상향 조정됐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기존보다 1.1%포인트 떨어진 2.0%, 반대로 상품수출은 5.3%에서 1.8%포인트 오른 7.1%로 상향 조정된 전망치가 제시됐다.
상품수출은 글로벌 경기개선, 반도체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지만, 국내 경기는 예상보다 긴 코로나19 확산세와 가계소득 여건 부진 등으로 회복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전망 조정에는 특히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지난 연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된 영향이 커 보인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8만2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128만3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소비도 부진했다. 지난번 경제전망 때는 고려되지 않았던 수치다. 물가는 유가 상승과 점진적인 경기개선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영향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3월16일 코로나19 충격 속에 금리를 1.25%에서 0.75%로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뒤 5월28일에는 0.5%로 추가 인하했다. 이후 지난 7·8·10·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여섯 번째 ‘동결’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보다 경기방어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금리를 인상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와 경제성장률 발표 후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성장률은)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소비가 더딘 점을 반영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의 속도를 갖고 이뤄질 수 있는지에 따라서 우리 경제의 흐름이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려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시점은 아니라고 봤지만 “경제활동 제한 조치가 완화되며 ‘억눌려 있던 소비’(Pent-up demand)가 분출된다고 하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내년 전망치는 경제성장률 2.5%, 소비자물가 상승률 1.4%다. 취업자 수는 18만명 증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