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영화에서 SF영화는 상대적으로 부진했었다. 2000년대 초반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을 다룬 ‘지구를 지켜라’나 미래사회를 다룬 ‘내츄럴 시티’나 ‘예스터데이’ 같은 작품이 나왔다. 이 작품들은 설정이나 시도는 좋았는데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거나 기존의 할리우드 SF영화들을 따라 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기에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영화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한국영화는 주로 한국전쟁과 분단, 민주화 과정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를 내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런 역사가 당장 우리의 삶과 현실에 직결되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SF영화가 다루는 소재들은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SF영화가 부진한 가운데 재난영화, 저승을 다룬 영화, 좀비영화 같은 판타지 장르, 액션 어드벤처 영화들이 서서히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과 더불어 한국 블록버스터의 주요한 소재로 부상했다. 영화가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현실 너머를 상상하고 영화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