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첫 데드크로스(사망자수가 출생아수 초과)가 현실화하면서 인구절벽의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흐름이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인구절벽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 사회보장제도 붕괴, 군사력 약화 등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한국의 신화는 인구 소멸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여성 인력의 고용을 늘리는 등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출산·육아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급감·병력 부족… 국가경쟁력 하락
◆고갈되는 국민연금·건강보험
2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833조7000억원이다. 정부가 2018년 발표한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2041년 최고점에 이른 뒤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 국회예산정책처 예상은 이보다 3년 빠른 2054년이다. 이는 합계출산율이 2020년 1.24명, 2030명 1.32명, 2050년 이후 1.38명으로 상승한 뒤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다. 이미 가입자들이 내는 돈보다 받아가는 돈이 많아 매년 20조원 이상의 부채가 쌓이고 있다. 2024년 고갈이 예측되는 건강보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노인 의료비 증가를 미리 막을 수 없고 리스크가 큰 후기노령인구 비율은 가파르게 증가해 보험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는 더 비관적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기 전에 빨리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며 “여기에 더해 60세로 고정돼 있는 정년을 유연화해서 임의계속가입을 아예 제도화하거나 노인연령을 상향하는 등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근본 대책을 과감하게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층에 대해 노동력을 상실한 보호대상으로 보는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일하면서 나이를 먹도록 일자리 정책도 함께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철 KDI 거시경제전망실장은 “디지털과 비대면이 중심이 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젊은이들이 유연하게 적응하도록 대학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등 인력양성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가지 못해 향후 인적자원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재정일자리와 연계해 인턴을 늘리거나, 직업훈련·창업 등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희원·박유빈·박수찬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