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학교폭력(학폭)’ 의혹이 연예계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동창이자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폭로가 폭로를 부르고, ‘인증’도 뒤따랐다. 폭로에 반박하는 다른 동창생이 등장하기도 하고, 해당 연예인 소속사는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등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이다.
2월 한 달 사이에만, 유명 연예인, 아이돌 10여명이 학폭 의혹에 휩싸였으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마치 2017년 10월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폭로로 시작했던 ‘미투(me too)’ 운동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확산했던 2018년 상황을 보는 듯하다. 미투 운동은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여론의 힘을 통해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행태를 말한다.
◆사실이든 아니든…논란 자체로 손해
‘학폭 미투’가 계속되자 연예기획사, 소속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학폭 의혹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한류 열풍의 대표주자인 K팝 아이돌로 성장하려면 ‘선한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예인은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만으로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거나, 향후 계약이 불발되는 등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룹 ‘스트레이키즈’ 멤버 현진은 해당 의혹으로 인해 결국 활동을 중단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7일 팬 커뮤니티에 “현진은 연예인으로서 일체의 활동을 중단 후 자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KBS는 MC로 내정됐던 배우 조병규의 출연을 보류하기로 했다. KBS 신규 예능프로그램 ‘컴백홈’ 제작진은 지난달 26일 “현시점에서 출연자의 출연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하에, 최종적으로 MC 조병규의 출연을 보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손해가 계속되자 몇몇 아이돌 기획사는 학폭과 관련해 자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우리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있었던 친구들은 관리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비교적 나이가 들어 회사에 합류한 친구들도 믿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함께 과거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연예계 한편에서는 무차별 폭로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학폭과 관련한 주장이 허위이거나, 악의적인 왜곡일 경우에도 소속사가 이를 증명하거나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속사는 문제 제기한 상대를 찾거나, 주변 지인을 통해 사정을 청취하는 등 흥신소에서 할 법한 진풍경도 벌어진다. 한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과거의 친구,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도 상당한 수고가 든다. 실제 피해자가 맞는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절차지만, 악의적인 루머인 경우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아이돌과 배우들은 ‘자기 검열’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혹시나 과거에 자신이 인지 못 하는 잘못을 저질렀거나, 학교 친구로부터 미움을 산 것은 없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한 아이돌은 자기가 어릴 때 잘못한 건 없는지 친구들에게 묻고 다닌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일부 기획사는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다시 손보는 한편, 영입 과정에서 ‘인성 검증’ 항목을 추가하겠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