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검찰개혁 법안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을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중수청 반대 입장을 나타냈지만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내부적인 입장이다. 다만 윤 총장과 공개적인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자제하겠다는 기류가 읽힌다. 갈등 국면이 외부로 표출되면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따라서 민주당은 윤 총장과 검찰 입장에 대해 별도의 공식적인 입장표명 없이 법안 준비를 서두르겠다는 구상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총장이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과 제3의 수사기관인 중수청 신설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검찰이 입장을 낸 것에 대해 당에서 일일이 논평을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며 “별도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라고 했다. 결정권은 개혁 대상인 검찰이 아니라 국회, 특히 다수 의석을 확보한 여권이 쥐고 있다는 뜻이다.
당내에서는 다음 달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이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에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벌어졌던 ‘추·윤 갈등’에서 비롯된 교훈이다. 추 전 장관의 대(對) 검찰 강공 드라이브가 국정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윤 총장이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정치적 위상만 높였다. 현직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추진했던 추 전 장관은 결국 본인이 물러나고 말았다.
민주당은 중수청법 발의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지만 이달 중에는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주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내부 의견 수렴과정이 더 필요하고 당내 검찰개혁특위 소속 의원들 외에 다른 의원들은 아직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법안 상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중수청법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완전히 떼어내 신설되는 중수청에 부여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 중진 의원은 “현재도 검찰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로 두는 안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검찰’ 탄생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당의 공식적인 안과 별도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황운하 의원은 지난달 중수청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 어느 부처 산하에도 두지 않는 내용의 중수청법을, 김용민 의원은 지난해 12월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소청법을 각각 발의했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에 따라 올해부터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만 수사할 수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중수청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소 및 공소 유지만을 맡게 돼 더는 수사기관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 목표 시점을 보궐선거 이후인 6월로 보고 있다.
배민영·이도형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