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신도시 투기 의혹’ 직원 12명 직무배제

광명·시흥에 7000평 100억대 매입
정 총리 “수사 의뢰 등 철저 조치”
사실 땐 文정부 부동산 정책 타격
참여연대·민변, 공익감사 청구키로
김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공공택지 조성과 문재인정부 주택 공급 물량 대부분을 책임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사전투기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LH가 즉시 의심 직원들을 직무배제 조치했지만, 투기 대상 지역이 3기 신도시 중 최다 주택공급 입지로 확정된 광명·시흥 신도시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들의 투기가 사실로 확인되면 공기업인 LH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국토교통부 등의 관리·감독 부실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 동력도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LH는 2일 광명·시흥 일대 부동산을 투기 목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원 12명을 직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 지역에 LH 직원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조치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LH 직원들이 매입한 토지는 광명·시흥지구의 2만3028㎡로, 금액으로는 100억원가량이다. 매입에 가담한 임직원은 14명이다. LH는 이들 중 2명이 이미 퇴직해 12명만 직무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배우자 등 가족 명의까지 이용해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입 자금 중 약 58억원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것으로 추정된다. 참여연대 조사 결과 특정 금융기관에 대출이 집중됐다.

 

이 같은 투기 정황은 참여연대·민변이 해당 지역의 토지 중 일부를 무작위 선정해 소유 명의자와 LH 직원 이름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향후 LH와 국토부가 광명·시흥 신도시를 전수조사할 방침이어서 투기 의혹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들이 LH에 근무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투기 의혹 직원 중 상당수는 보상 업무를 하는 이들로 알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투기 의혹에 대해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정 총리는 국토부에 “해당 지역에 대한 사실관계를 신속히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 의뢰 등 철저한 조치를 취하라”며 “다른 택지개발 지역에도 유사사례가 있는지 확인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

 

국토부도 철저한 조사와 엄정대응을 약속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이날 열린 산하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관장 간담회에서 “광명·시흥 지구에서 LH 임직원들이 사전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떠나 기관장이 경각심을 갖고 청렴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직원들이 광명·시흥지구 땅을 샀을 때 변 장관이 LH 사장이었다는 점에서 그가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들 직원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방침이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 등을 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발 내용을 보고 수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성·나기천·이동수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