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법무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7년 100만명을 넘어선 후 2016년 200만명,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말엔 250만명으로 증가하였다. 귀화자 20만명,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30만명 등 이민 배경 인구를 포함하면 300만명을 상회하여 한국 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다문화(多文化)’라는 뜻은 ‘많을 다(多)’자에 ‘문화(文化)’라는 말이 붙어서 ‘여러 나라의 생활양식’이라는 뜻으로 다양한 문화와 인종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 안에서 서로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문화주의 이념은 1970년대에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전면적으로 등장하였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외국인 근로자 및 국제결혼 이민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순혈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사회적으로 만연한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2004년부터 사회적 공인을 얻어 다문화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다문화라는 용어는 그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다문화 가정, 다문화 여성 등 구체적인 분야나 내용이 결합하여 선주민에 대비된 특별하고 차별적인 뜻으로 사용된다. 교육현장에서는 ‘다문화 학생’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일반 학생과 구별하는 차별과 편견을 낳고 또 다른 차별적 대응용어로 ‘비다문화(非多文化) 학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병영문화에서조차 ‘다문화 병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어가 양산되고 있다. 또한, 피부색이 짙거나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에게 ‘다문화’라는 별명을 지어 부르는 등 본래 가지고 있는 의미가 축소·왜곡되어 당사자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는 주홍글씨로 전락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이민 배경을 지닌 자들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가 차별적 의미를 내재하여 오히려 사회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광석 인하대 교수·이민다문화정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