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가 브런치 카페야 클럽하우스야
전 JW메리어트 총주방장을 영입해 대대적으로 클럽하우스 음식을 끌어올린 서서울CC. 급격히 늘어난 젊은 세대의 세련된 입맛을 사로잡는 트렌디한 음식이 메인이다. 김치찌개, 곰탕 등 보수적인 한식이 대다수였던 기성 클럽하우스들과 달리 양식과 중식 등을 골고루 접목한 퓨전 음식을 다수 마련했다. 특히 서울의 유명 브런치카페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맛과 비주얼의 에그베네딕트는 그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메뉴다. 직접 돼지 앞다리를 슬로쿠킹(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식재료의 영양소를 충분히 살려 요리하는 방식)해 만든 잠봉뵈르는 향이 진하며 팬의 열기와 만나고 나온 햄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에그베네딕트에 필수 재료인 시금치는 가장 작고 여린 잎을 써 아주 부드럽다. 홀렌다이즈 소스는 허브로 잡내를 야무지게 잡아 향이 아주 좋다.
# 직접 김치 담그고 식초까지 만들어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GC는 전국 각지의 골프장 클럽하우스들 중에서도 코스요리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클럽하우스 중에서는 처음으로 최근 대세로 떠오른 전통주 페어링을 시작했다. 이강주와 죽력고, 감흥로 등 ‘조선 3대 명주’와 고흥 유자주, 담양 추성주 등 서울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남도 명주’ 시리즈를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신안 앞바다를 끼고 근거리에 다도해가 한껏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삼은 레스토랑은 석양에 크고 작은 섬 그림자가 드리우며 그림 같은 장관을 연출해 식사 전부터 만족도를 높인다. 직접 튀긴 김부각부터 손수 만든 호박식혜까지 국내 최고의 입지를 다지려는 레스토랑의 타오르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모둠전 하나도 그냥 내는 법이 없이 호박에는 중간에 고기를 다져 넣는 등 식감과 맛을 채웠다. 무침으로 낸 제철 뿔소라는 흰 접시 위에 초록빛의 거대한 뿔소라 껍데기를 오브제같이 올리고, 잘게 썬 깻잎 방석 위에 매콤새콤한 소라무침을 얹어 개성을 드러낸다. 메인인 제철 생선회는 100% 자연산. 계절에 따라 감성돔, 돌돔 등 귀한 돔을 낸다. 입에 쩍쩍 달라붙는 신선한 횟감은 자연산의 위엄을 보여준다.
파인비치는 무려 6t에 달하는 배추김치를 매년 1월 전 직원이 다 함께 담근다. 배추의 섬유질이 아삭아삭 씹히며 느껴지는 경쾌한 식감과 밀려드는 젓갈 감칠맛의 여운은 일반 식당의 뻔한 공장형 맛이 아니다. 한정식 스타일의 정갈한 모양새를 유지하면서도 맛을 놓치지 않은 섬세함은 먹는 사람이 가장 먼저 느낀다.
횟감에 사용되고 남은 생선 머리는 맑은국(지리)으로 끓여 내는데, 국물의 풍미를 살려줄 막걸리식초가 함께 나온다. 물론 막걸리식초도 직접 담가 어디에서도 구경할 수 없는 독자적인 향미를 낸다. 다소곳이 포개져 매 식사마다 등장하는 곱창김은 차원이 다른 김의 클라스를 보여준다.
# 해초·꼬막·갓김치의 향연
예로부터 남도 음식이 발달했듯 전라도 지역 골프장들은 클럽하우스 음식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다채로운 편이다. 메뉴가 화려하지 않아도 지척 곳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좋은 재료들 덕분에 음식 자체가 다채롭다. 여수시 경도의 세이지우드 여수경도는 갓의 고향답게 기본적인 밑반찬은 물론이고 각종 요리에 갓김치를 이용한 점이 눈에 띈다. 아리지 않고 부드러운 돌산갓은 국내 갓 최대 생산지인 여수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진하게 끓여낸 보양 짱뚱어탕은 진한 사골 육수에 벌교산 짱뚱어, 무청시래기, 수제비를 가득 넣었는데 국물의 감칠맛과 은은히 퍼져나오는 산초 향이 좋다. 여수 바다 내음이 가득한 각종 해초와 벌교 꼬막을 곁들여 먹는 해초비빔밥, 완도산 상급 전복을 넣어 만든 한우전복갈비탕 등 이색 음식들은 메뉴판을 읽는 자체가 즐겁게 한다.
김새봄 푸드칼럼니스트 spring58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