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철학이 어떤 학문인지 상상하기 참 어렵다. 주변에서 철학자라는 사람을 보기도 어렵고 초·중등 교육에서 철학을 따로 배우지도 않기 때문이다. 철학자끼리도 철학이 무엇인지 합의된 것도 아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철학자마다 철학의 정의가 다 다르고, 철학이 무엇인지가 철학의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그래도 철학의 그리스어 어원을 따라 ‘지혜의 사랑’이라는 정의가 많이 말해진다. 하지만 철학만 지혜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닌 게 아니라 고대 그리스 시대에 철학은 지금 말하는 좁은 의미의 철학이 아니라 ‘학문’ 자체를 가리켰다. 지혜를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철학이든 다른 학문이든 모두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 ‘사랑하는’ 방법이 다소 다르다. 예를 들어 물리학자는 여러 사건의 원인을 묻는다. 철학자는 원인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는다. 또 경제학자는 어떻게 하면 정의로운 분배를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철학자는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다. 철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좀 더 근본적인 지혜를 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