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과 신기술 발전에 따른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의 내연기관 종말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뒤처지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큰 탓에 이와 관련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볼보는 지난 2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글로벌 판매의 50%는 전기차, 나머지 50%는 하이브리드차로 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헨릭 그린 볼보차 최고기술책임자는 “내연기관을 장착한 차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변화에 발맞춰 현대차그룹도 2040년부터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수소차만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밝힌 바 있다. 전기차 판매비중은 지난해 5.6%에서 2030년 19%, 2035년 46%로 확대해 2040년 78%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주요 기업들의 전동화 전환이 속도를 내는 까닭은 각국 정부가 내세우는 환경 규제가 점차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영국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하고, 2035년에는 하이브리드차까지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다. 노르웨이는 2025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중단한다. 국내에서도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35∼2040년쯤 국내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제안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국내 자동차 3사는 전기차 생산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GM은 모기업이 전기차 계획을 갖고 있지만 국내 생산 계획이 없다. 르노삼성차는 본사 차원의 전동화 전략이 발표되지 않은 데다 국내에서도 관련 대응이 더디다. 쌍용차는 올해 전기차 출시를 목표하고 있지만 경영난으로 출시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동화 전환의 시계는 더 빨라지고 있다”며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