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 던진 윤석열… 文, 1시간 만에 수용

대선 1년 앞두고 尹 총장 전격 사퇴
“헌법정신·법치시스템 파괴됐다
어디 있든 자유민주주의 지킬 것”
정계진출 안 밝혔지만 여지 남겨
靑 “후임 임명 법 절차 따라 진행”
보선·차기 대선구도에 영향 관측

문재인정부의 ‘검찰 황태자’였다가 ‘역적’으로 내몰린 윤석열 검찰총장이 결국 임기 4개월을 앞두고 전격 사의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힌 윤 총장의 향후 행보에 따라 대선 정국도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며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는 내용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여권이 추진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제게 날 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마무리했다. 윤 총장이 지난 2일 이례적인 언론 인터뷰에 이어 전날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여권을 강도 높게 비난한 뒤 그의 사의 표명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그는 이날 오전 반차를 내고 직접 입장문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15분쯤 지나 윤 총장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평소 주요 현안이 터졌을 때 많은 국민이 답답해할 정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그간의 문 대통령 태도와 대조적이다.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입법 추진을 반대해 온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이재문 기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에 윤 총장의 사표가 접수됐고, 관련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후임 검찰총장 임명도 법에 정해진 관련 절차를 밟아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의 사의 표명에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은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뒤 취임한 22명의 검찰총장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수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윤 총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선 출마 가능성 등 정계 진출과 관련한 명시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면서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보수 야권 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상황이라 윤 총장의 향후 선택에 따라 대선 지형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윤 총장의 사퇴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선영·이도형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