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복원한다고 방사하더니 알은 쓰레기 취급?

4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생태연못에 널린 갈대. 조수정씨 제공

서울시 보호종이자 환경부 지정 포획금지 야생생물인 두꺼비의 알이 서울 시내 공원에서 폐기물처럼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는 생태연못 주변 잘린 갈대 위에 두꺼비 알들이 아무렇게나 널려있었다. 두꺼비들은 이달부터 산란을 시작했는데 낳은지 하루 이틀된 것으로 보인다.

 

공원을 관리하는 용산구청 관계자는 “봄이 되면 연못에 부유물이 느는데다 최근 죽은 고기 사체가 많이 떠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어 환경정화를 하면서 갈대를 일부 정리했다”며 “이 과정에서 두꺼비 알이 딸려나온 것 같다”고 했다. 

 

두꺼비는 끈적끈적한 알끈 속에 알을 낳는다. 알은 물에 잠겨 있다가 일주일쯤 지나면 막같은 알끈을 빠져나온다. 알끈이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되면 말라 죽게 된다.

 

두꺼비는 서울시에서 정한 ‘보호 야생생물’이다. 서울시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도심생태계 복원과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동물 방사사업을 벌였다. 서울시에 있는 생태연못, 소규모 생물서식 공간 등 약 60곳에 양서류와 포유류, 조류 등이 방사됐다. 두꺼비도 2만2360마리가 풀렸고 그 중 일부가 효창공원에 방사됐다. 그런데 이렇게 복원한 두꺼비의 알이 환경정화 과정에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잘린 갈대 위에 두꺼비 알이 아무렇게나 널려있다. 투명하고 긴 알끈 속에 두꺼비 알이 보인다. 조수정씨 제공

두꺼비는 환경부가 정한 ‘포획·채취 금지 야생생물’이기도 하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에 따르면 살아있는 개체는 물론 알도 함부로 포획하거나 죽여선 안 된다.

 

구청 측은 “오히려 환경을 깨끗하게 하려고 정화를 하는 건데 두꺼비 알까지 걷혔다면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효창공원의 방치된 두꺼비알은 시민과학자(citizen scientist, 관찰·측정 등 연구과정에 참여하는 시민을 일컫는 용어) 조수정씨가 촬영했다. 양서류 보호활동을 하는 그는 “남산에서도 거의 매년 낙엽 부유물과 함께 치워진 산개구리 알을 볼 수 있다”며 “멸종위기의 양서류를 보호하기 위해 청소하는 방법이나 시기를 조절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