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날계란 맞은 이낙연… “간절히 하고픈 말 있었을 것”

춘천중앙시장서 시민단체연합 관계자에 ‘봉변’
5일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가 레고랜드 반대 단체 관계자가 던진 계란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5일 강원 춘천시의 한 시장을 방문했다가 시민단체 관계자로부터 얼굴에 날계란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것”이라며 계란을 던진 이를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경찰에 알렸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춘천 중앙시장에서 상가 거리를 걷던 이 대표는 갑자기 날아든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당시 영상을 보면 이 대표는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계란은 정확히 이 대표의 얼굴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상황이 수습된 뒤 남은 일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계란을 투척한 이는 여성으로,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연합 ‘중도유적 지킴본부’ 관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합은 레고랜드 조성으로 중도 선사 유적 훼손이 우려된다면서 사업 중단을 촉구해왔다.

 

이 대표는 이날 일정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계란 봉변을 당한 소식을 알린 뒤 “문화재를 지키려는 열정과 탄식을 이해한다”며 “문화재당국 및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꽤 오랫 동안 대화했다고 하지만,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찰이 몇 분을 연행해서 조사했다고 한다”며 “저는 그분들을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경찰에 알렸다. 그분들로서는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 일에 앞서 만났던 육림고개 청년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한다”고도 했다.

 

경찰은 이날 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이미 이 대표가 자리를 뜬 뒤였고 이 대표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해당 여성을 입건하진 않았다. 계란 등을 던져서 맞히는 행위는 폭행죄에 해당하는데,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한편,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 대표가 계란 봉변을 당한 것을 두고 과거 대선 후보들의 사례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02년 11월 전국농민대회에서 연설하던 중 날아온 계란에 아래턱을 맞았고, 이튿날 “정치하는 사람이 한 번씩 맞아줘야 국민들 화가 좀 안 풀리겠나”라며 웃어보인 일화가 유명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경기 의정부시 거리 유세 중 한 남성이 “BBK 사건의 전모를 밝히라”고 외치며 던진 계란에 허리 부근을 맞았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