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각국 활동가로 구성된 독일 현지 여성단체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시위를 열고 평화의 소녀상 영구 설치와 성평등,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 철폐 등을 촉구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베를린에 영구히 머물러야 합니다.”
독일 현지 여성단체 코라지 여성연합과 코리아협의회는 6일(현지시간) 113번째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행사를 가졌다.
안네 회커 코라지 여성연합 베를린 미테구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녀상은 용기 있는 여성들의 상징이자 성폭력과 전쟁범죄에 대한 경고의 기념물이라는 점에서 이곳에서 여성의 날 집회를 주최하게 됐다”면서 “우리는 처음부터 소녀상이 이곳에 머물 수 있도록 함께 싸워왔다”고 강조했다. 회커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하한 미국의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대해서는 “헛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로 성노예화 된 전쟁범죄의 피해자라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녀상의 영구설치와 관련해서는 협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이날 집회처럼 시민들이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면 소녀상이 계속 베를린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단 다가오는 9월 말까지 설치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베를린시 미테구의회는 지난해 12월1일 전체회의를 열고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의결하고, 평화의 소녀상이 미테구에 계속 머물 방안을 구의회 참여하에 마련하기로 했으나 별다른 후속 조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오늘은 처음으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독일 시민들과 함께 여성의 날을 축하하게 된 날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 “소녀상은 75년 전 국가가 조직적으로 소녀들과 여성을 강제로 성노예화한 범죄에 대한 상징이자, 함께 연대해 범죄에 대해 증언하고 피해자에서 평화활동가가 된 여성들에 대한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바란 것은 제대로 된 사과와 공식적인 배상, 이같은 범죄가 반복되지 않게 아이들을 교육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소녀상이 이곳에 계속 머물러 베를린의 차세대에 여성의 권리와 세계 평화에 관해 얘기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시위에는 한국과 독일, 폴란드, 스리랑카 출신 여성들이 참석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의 여성들의 상황에 대한 연설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베를린시청 티어가르텐 지소까지 거리 행진을 벌인 뒤 다시 평화의 소녀상 앞으로 돌아와 3시간여에 걸친 시위를 마무리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