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 논의에 공식 착수하면서 이른바 적정 복비 수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개수수료 요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개업계는 수수료가 곧 중개업자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만큼 논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개선안을 놓고도 벌써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구경만 해도 수수료?…권익위 안도 논란
◆적정 중개수수료는 얼마?
우리나라의 중개수수료는 국토부의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주택 보수중개 등에 관한 조례’를 통해 상한선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정부가 2014년 개편한 요율 체계가 지금도 적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10억원 아파트를 매매할 때는 최대 900만원(0.9%), 보증금 6억5000만원인 전세를 계약할 때는 최대 550만원(0.8%)까지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정작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적정 중개수수료의 범위에 대해서는 시장 참여 당사자 간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요율이 낮을수록 유리하지만, 중개업자는 수수료 인하가 곧 수익 악화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라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 결혼을 한 뒤 경기 성남시에 신혼집을 마련한 A씨는 “원하는 단지에 전세 물건이 많지 않아서 인터넷으로 매물을 보고 찾아간 다음 집도 보지 않고 전세계약서를 썼는데, 수수료를 500만원 냈다”면서 “계약서 작성 외에는 딱히 해준 게 없는데 너무 많은 액수를 가져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반면 중개업계는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때마다 중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한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중개업자들에게 돌리면서 악화된 여론을 달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 중개업소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고상철(55)씨는 “최근에는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오히려 수익이 떨어진 중개업소도 많고,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집값·전셋값 떨어지면 정부가 다시 수수료 올려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결국 관건은 서비스의 질
우리나라의 중개수수료는 외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축에 속한다. 매매가격의 최대 0.9%를 내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은 대부분 3∼5%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다만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에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평균 5배가 넘는 수수료를 받지만 부동산 컨설팅부터 각종 대출과 세금 처리, 하자보수 업무까지 맡아준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인중개사가 자산관리사, 세무사, 법무사, 건축 관리담당자까지 모두 합친 원스톱 서비스의 개념이다. 일본도 매매나 임대차 거래의 중개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각종 컨설팅과 세무를 같이 처리해주는 중개법인이 많은 편이다.
결국 가격 자체를 얼마로 제한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가격 수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개수수료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국민이 체감하는 중개서비스의 수준이 가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며 “중개수수료 요율 체계를 바꾸는 것보다 중개서비스를 내실화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중계업계가 이미 포화 상태라는 점도 중개서비스 산업의 변화와 발전이 시급한 측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의 주택(아파트,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 매매 건수는 1만2434건이고, 서울 25개 자치구에 등록된 개업 공인중개업소는 모두 2만6417개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중개업소 1곳이 한 달에 주택 매매 1건도 성사시키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개업소의 지역이나 담당하는 매물 종류, 주변 상권 등 다양한 환경에 따라 업무량과 수입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중개업소의 실태를 정확히 분석하고,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서비스 개선책을 찾기 위해 지난 1월 외부기관에 용역을 맡긴 상태인 만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포괄적인 중개서비스산업 발전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