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 여성께 대신 사과드린다”고 사과한 것과 관련해 야권은 ‘뒤늦은 사과’, ‘출마 자체가 2차 가해’라며 맹폭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양심이 있다면 피해호소인 3인방을 선거 캠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비판하자, 박 후보는 “가부장적인 여성비하”라고 맞받았다.
박 후보는 8일 오후 페이스북에서 “안 후보로부터 여성의 날에 ‘쫓아내라’는 가부장적인 여성비하 발언을 듣고 몹시 우울했다”며 “‘쫓겨난 여성’들을 취재했던 옛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땅의 여성들은 아직도 누군가로부터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지 하늘을 바라보며 반문했다”고 적었다.
박 후보의 비서실장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안 후보의 발언에 대해 “또 다른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안 후보가 ‘세계여성의 날’에 여성 의원들을 박영선 캠프에서 ‘쫓아내라’는 격한 말을 쏟아냈다”며 “여성 의원들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안 후보는 박 후보의 사과를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 누가 보더라도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라면서 “안 후보의 발언은 또 다른 폭력”이라고 했다.
앞서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 공군호텔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출마 자체가 박 전 시장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양심이 있으면 ‘피해 호소인’ 3인방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을 캠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가 거론한 이들 의원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현재 남 의원과 진 의원은 박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고 의원은 대변인직을 맡고 있다.
같은 날 박 후보는 서울 영등포 공군호텔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기념식에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일상 복귀 지원 방안과 관련해선 “피해자가 우리의 사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며 “그때 직접 만나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박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후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늦어도 너무 늦은 때늦은 사과를 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박 후보는 페이스북 글에서 “(박 전 시장 관련) 그동안 언론을 통해 몇 차례 사과했다”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사실 확인을 안 하고 연속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한다”고 반박했다. 또 박 후보는 “두 남성 후보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언제 서울의 미래에 관한 건전한 정책토론을 하며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라고 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