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복잡한 野, 윤석열에 ‘러브콜’…“제3후보 성공 못해”

당내 주자 존재감 더 미미해져
尹 부상 반색하지만 속내 복잡

유승민 “대선의 출발점은 경제”
국민의힘 잠룡들도 다시 꿈틀

尹, 보선까지 조직구축 나설 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하상윤 기자

“제3후보가 신당을 창당해 대권을 잡은 선례가 없다.”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향후 행보를 놓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는 말이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부상에 겉으로는 반색하지만, 속내는 복잡한 상황이다.



‘윤석열 현상’으로 그렇잖아도 명맥만 유지하는 당내 주자들의 존재감이 더욱 미미해지고 향후 외력에 의한 정계개편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9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당장은 아니어도 대권을 잡으려면 결국 제1야당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며 “제3후보가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물밑 ‘러브콜’ 기류가 읽히는 대목이다.

과거 제3지대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고건 전 총리,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의 공통점은 ‘정치 초보’ 외에도 거대 정당을 외면하고 독자 세력화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현재 안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권을 떠났다.

국민의힘에는 윤 전 총장이 문재인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에 앞장서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구원이 있다. 하지만 당내에 유력 차기 주자가 없다 보니 정권교체 열망을 바탕으로 손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TK(대구·경북) 의원은 “적폐청산 수사는 섭섭한 부분이지만 정권교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4·7 재보궐 선거까지 정중동하며 조직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섰던 뚝심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었지만, 대권가도는 경제·외교·안보 등 사회 전반에 대한 검증 과정이다. 정권에 대항하는 이미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힘 차기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2022년 대선은 대한민국의 새 희망을 만드는 선거가 돼야 한다. 그 출발점은 경제”라며 경제 전문가로서의 경쟁력을 호소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이 곧장 제1야당에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 정권을 향한 수사가 정치적 기획수사였다며 여권이 집중포화를 쏟아낼 빌미를 줄 수 있어서다.

다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자당 후보가 승리하면 ‘윤석열 현상’을 하나의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민심의 변화가 확인되면 제1야당에 야권 정계개편의 구심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조직과 인력, 자본을 갖춘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우리 당 주자가 윤 전 총장이 지닌 공정과 정의 등의 가치를 흡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