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기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논란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합동조사단에 이어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려 투기 연루자 엄벌 방침을 밝혔음에도 허술한 법망 탓에 처벌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투기에 연루된 LH 직원과 공직자가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활용했는지 규명하고 처벌하는 게 매우 까다롭다. 이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10년 가까이 국회에서 방치된 것과 무관치 않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이 LH 투기 의혹 연루자 처벌을 위해 검토 중인 혐의는 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특별법 위반이다. 두 가지 혐의 모두 피의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했는지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규명에 실패하면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부당이득에 관한 몰수 규정이 있는 부패방지법을 적용하려면 업무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규명해야 한다. 공공주택특별법은 비교적 적용 기준이 낮지만 몰수 조항이 없다.
결국 공직사회 전반의 이해충돌에 대한 적용 기준과 처벌을 강화하는 게 근본적 해법으로 꼽힌다. 김 변호사는 “LH 사건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이해충돌에 대한 의식수준은 낮은 편”이라며 “이해충돌방지법을 개정해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면, 사회 전반에 경각심을 주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제 밥그릇을 빼앗길까 봐서인지 2013년 국회에 제출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소극적이었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이 통과된 2015년에도 국회는 이해충돌의 적용 범위가 넓다는 이유로 빼버렸다. 2019년 당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차명매입 의혹’ 사건 때나 지난해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수천억대 공사 수주’ 의혹 사건 때도 이행충돌방지법 제정 여론이 들끓었지만 여야의 약속은 허언에 그쳤다. 그래놓고 LH 사태가 터지자 다시 부산을 떨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LH 투기 의혹이 터져 민심이 심상치 않자 더불어민주당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자들의 일탈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정무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우선적으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6월 정부안이 제출된 후 제대로 논의하지 않다가 뒤늦게 나선 것이다. 이 법안은 △직무 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 및 회피 △이해관계자 기피 의무 부여 △고위공직자 임용 전 3년간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 및 공개 △취득이익 몰수 및 추징 △직무상 비밀이용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규정 등을 담고 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