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이 공동으로 유력한 신도시 후보지 토지를 실명으로 취득할 만큼 대담하게 이뤄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이번 투기 의혹은 유난한 끼리끼리 문화와 느슨해진 윤리의식이 한데 어우러져 빚은 참사로 지적된다.
9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LH는 택지보상업무와 관련해 외부 용역 등을 시행하면서 특정 업체에 몰아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LH 퇴직자가 용역업체를 세우거나 그곳에 취업해 후배들이 발주한 용역을 수주해 일감을 몰아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에서 용역을 발주할 때는 공개 발주가 원칙인데 금액을 쪼개는 방법으로 수의 계약을 가능케 해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토지보상 업무에서도 LH는 본격적인 보상에 들어가기 전 기본적인 토지조사 등을 시행하는데, 이때 이들 용역업체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또 이렇게 일감을 따낸 업체는 용역비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다. 광명·시흥 신도시 입지에 밭을 산 LH 직원들이 특이한 나무 묘목을 빽빽하게 심은 것도, 추후 이런 용역 등의 과정을 거쳐 지장물 이전비 등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 13명은 이 같은 프로세스를 잘 아는 간부급인 데다 10명은 과천에서 근무한 인연이 확인됐다. 과천은 과천지식정보타운을 공공주택지구로 개발하면서 토지보상이 활발하게 일어난 곳이다.
LH가 퇴직자 채용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도 포착됐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언석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LH에서 수의계약을 따낸 수주액 기준 건축사사무소 상위 20개사 중 11개사가 LH 출신이 대표로 있거나 임원으로 재직했다. 지난 한 해 LH가 체결한 2252억원 규모의 수의계약 중 이들 11개사가 42.1%를 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