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는 세계 축구팬들에게 한 시대의 끝을 고하는 대회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7일과 18일 열렸던 16강 1차전에서 10여년 넘게 최고 선수 자리를 지켰던 리오넬 메시(34·FC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유벤투스)가 나란히 부진한 가운데 차세대 선두주자인 킬리안 음바페(23·파리 생제르맹)와 엘링 홀란(21·도르트문트)이 맹활약을 펼쳤다. 누가 봐도 명확한 세대 교체 흐름이 보이는 경기들이었다.
이런 흐름이 한 층 더 명확해진 하루가 지났다. 홀란이 10일 도르트문트의 BVB 슈타디온에서 열린 세비야와의 UCL 16강 2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는 대활약으로 소속팀 도르트문트를 8강으로 이끈 데 반해 호날두는 무기력한 모습 속에 포르투에 밀려 탈락했다.
앞선 1차전에서 2골을 기록하며 팀의 4-3 승리를 이끈 홀란은 이날도 위력적 모습을 보였다. 전반 35분 마르코 로이스(32)의 패스를 받아 골 지역 정면에서 왼발로 마무리하면서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9분 페널티킥으로 한골을 추가했다. 세비야가 이후 2골을 추격해 이날 경기는 2-2로 비겼지만, 도르트문트는 1차전 승리를 바탕으로 1, 2차전 합계 5-4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두 경기에서 도르트문트가 만든 5득점 중 무려 4득점을 홀란이 만들어냈다. 홀란은 지난해 11월에 열린 클럽 브뤼헤(벨기에)와의 조별리그 F조 3차전부터 이날까지 UCL 4경기 연속 멀티골이라는 놀라운 득점 감각도 이어갔다.
홀란은 이날 활약 속에 여러 기록도 작성해냈다. 우선 20세231일 만에 UCL 통산 20골째를 채워 ‘꿈의 무대’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20득점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메시(만 22세266일)는 물론 동시대 경쟁자인 음바페(만 21세355일)보다 빠르다.
불과 14경기 만에 20골을 채우며 최소 경기 20득점 기록도 세웠다. 이전까지 이 대회에서 가장 빠르게 20득점을 올린 건 잉글랜드 토트넘의 해리 케인(28·24경기)이었다. UCL 최다득점 1,2,3위인 호날두(56경기), 메시(40경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3·바이에른 뮌헨·36경기)도 이 기록에서는 홀란의 근처에도 따라가지 못한다.
같은 날 대회 통산 최다골(135골) 기록으로 ‘UCL의 사나이’라 불리던 호날두가 부진해 이런 홀란의 활약은 더욱 돋보였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홈경기로 열린 2차전에서 유벤투스는 연장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지만, 1차전 1-2 패배를 극복하지 못하고 1, 2차전 합계 4-4 동률이 돼 원정 다득점 우세 규칙에 의해 16강에서 탈락했다. 호날두는 1개의 도움을 기록했지만, 기대했던 골은 만들지 못했다. 결국,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으로 16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앞선 16강 1차전에서 메시의 바르셀로나는 음바페의 파리 생제르맹에 1-4로 대패한바 있다. 메시 역시 16강 탈락이 목전이다. 이렇게 되면 2005~2006시즌 이후 무려 16년 만에 메시와 호날두가 없는 8강이 완성돼 세대교체의 흐름은 한층 더 뚜렷해진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