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어쩔수없이?… 육아·살림하는 남자 늘었다

1월 19만4000명… 1년새 30% ↑
60세 이상 〉 50대 〉 40대 〉 30대 순
30대 증가율 111%로 가장 높아
육아전담 30대 후반∼40대 집중
감염병 장기화에 돌봄공백 확대
비경제활동인구 증가 영항인 듯

신세대, 중년, 그리고 노년의 남편 등 다양한 스타 살림남들의 리얼 살림기를 담은 방송 프로그램이 꽤 인기다. 초보 아빠들의 육아를 담은 방송 프로그램들이 얼마 전까지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남자들이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어색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를 입증하듯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하는 남성이 1년 만에 30% 가까이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가사를 전담한 남성은 19만39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14만9600명)보다 29.6%(4만4300명) 늘어난 수치다.

 

이들 가운데 육아를 담당한 남성은 지난 1월 1만500명으로 전년 동월(5600명) 대비 87.5% 증가했고, 가사를 맡은 남성은 18만3300명으로 1년 전(14만4000명)보다 27.3% 늘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미취학 아동을 돌보기 위해 집에 있는 사람은 ‘육아’로, 이외 가정에서 가사를 하는 사람은 ‘가사’로 분류된다.

 

육아·가사를 전담하는 남성 수는 연령대와 반비례했다. 60세 이상이 9만84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4만900명, 40대 3만900명, 30대 1만3700명, 20대 9900명 순이었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을 보면 30대가 110.8%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94.1%로 뒤를 이었다. 이어 40대(70.7%), 50대(24.7%), 60세 이상(13.6%) 순이었다.

 

육아를 담당한 남성의 연령대를 보면 30대 후반과 40대에 집중돼 있었다. 30대 후반(35∼39세)이 4400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초반(40∼44세, 2800명), 40대 후반(1500명), 60∼64세(1200명), 65세 이상(600명) 순이었다. 나머지 20대와 30대 초반, 50대 남성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비해 가사를 맡은 남성은 전 연령대에 고르게 분포했으며 대체로 나이에 반비례했다. 60세 이상이 9만6600명, 50대 4만900명, 40대 2만6600명, 30대 9300명, 20대 9900명 등이었다.

 

올해 1월 육아·가사 남성이 증가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돌봄 공백이 커진 데다 비경제활동인구 자체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경희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정확한 원인을 짚어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에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그런 상황(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는 상황)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육아·가사 전담 남성이 조금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육아·가사를 주도하거나 육아휴직 등을 통해 집안일에 참여하는 남성은 늘어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부문에서 육아휴직을 낸 남성은 2만7423명으로, 전년(2만2297명) 대비 2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에 비하면 육아·가사를 전담하는 남성의 비율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전체 육아·가사 전담자 중 남성의 비율은 지난 1월 2.6%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비해 지난 1월 육아·가사 여성은 97.4%에 달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