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위구르인의 비극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비단길(실크로드)이 지나는 곳이다. ‘서역’이라고 했다. 문화가 꽃망울을 터뜨린 고대, 불법을 구하는 승려들도 그곳을 지나 인도를 오갔다. ‘서유기’의 현장,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한 고승 구마라습의 자취도 그곳에 남아 있다.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신라 고승 혜초. 그도 그 길을 따라 돌아왔다.

뜨거운 모래를 밟으며 구도승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고통을 참으면 깨달음에 이를까.’ 육신의 고통을 이겨내며 끝없는 사막길을 간 그들이야말로 반짝이는 영혼들이다.



가욕관(嘉峪關·자위관). 고대 중국의 서쪽 관문이다. 그곳을 지나면 돈황(敦煌·둔황)에 이른다. 그곳의 막고굴. 히말라야 준령을 넘은 승려들은 그곳 석굴에 불화를 새겼다. 현세의 평화와 내세의 열반을 빌며. 수많은 대상과 구도승이 목을 축였을 월아천(月牙泉). 땅속 빙하수가 줄면서 ‘초승달 호수’는 작은 오아시스로 변했다. 서쪽 투루판(吐魯番)에 이르면 고창(高昌)이 나온다. 고창국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무너진 성벽만 쓸쓸히 남아 있다. 서역에는 천년 세월을 뛰어넘는 낭만의 역사가 가득하다.

위구르인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 미국의 싱크탱크 뉴라인스연구소가 ‘위구르 집단학살’ 보고서를 냈다. 인권·전쟁범죄·국제법 전문가 50여명이 만든 보고서다. 2014년 이후 100만∼200만명이 신장의 1400여개 구금시설에 갇혀 있다고 한다. 사법절차조차 없이. 그곳에서는 성폭력·고문·세뇌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증언도 쏟아진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외친다. “중국은 위구르 집단학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왕이 중국 국무위원, “조작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내정간섭이라며 보복을 위협한다.

신장위구르 지역은 어떤 곳일까. 한족 영역이 아니다. 시침을 수백년 전으로 돌려보면 북방 여진족의 나라 청 때 복속했다. 같은 북방 계열로, 청 황실의 신앙인 라마불교를 믿는 몽골·티베트족과 함께 복속했다. 위구르족 후궁을 둔 청 건륭제. 사실상 그곳을 자치에 맡겼다.

위구르인은 ‘고통의 바다’에서 신음한다. 자치독립을 원한다는 이유로. ‘위구르의 비극’은 언제쯤 끝날까.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