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검찰을 향해 “수사권이 있을 때는 무엇을 했느냐”며 검찰의 ‘직무유기’라는 식의 지적을 내놨다. 이에 검찰 내부에선 “문재인정부는 그 당시 뭐하고 있었냐”며 박 장관의 ‘궤변’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 장관은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올해부터 시행된 수사권 조정에 따라 이번 땅 투기 의혹은 직접 수사하지 못한다고 설명하며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검찰이 과거 1·2기 신도시 투기 수사에서 성과를 낸 것을 평가하면서도 “3기 신도시 얘기는 2018년부터 있었고, 부동산이나 아파트 투기는 이미 2∼3년 전부터 문제가 됐는데 수사권이 있을 땐 뭘 했느냐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는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한 후 검찰의 역할이 굉장히 부각될 수 있는 수사”며 “지금 당장이라도 범죄수익 환수, 즉 경찰이 보전 처분을 신청하면 검찰이 법원이 청구하는 일을 조속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의 인터뷰 발언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즉각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2018년에 검찰이 무엇을 했냐고 묻는다면, 만기친람하는 문재인 정부는 그때 무엇을 했냐고 되묻고 싶다”며 “정부는 이것을 알고도 덮고 있었다는 소리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LH 사건이 그때 터진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박 장관의 발언이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다”며 “지금 상황에서 검찰의 책임론을 지적하는 것이 반발만 살 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 측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특정 사안만 집중하다가 정작 공정·민생 부분은 놓쳤으면서 연일 자신과는 상관없는 듯 인터뷰하는 걸 지적한 것”이라며 “일선 검사들의 능력은 신뢰한다”고 해명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사퇴 이후 언론을 통해 LH 투기 의혹과 관련한 비판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지난 8일 조선일보에 이어 전날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도 “공정해야 할 게임룰이 조작된 것”이라며 엄정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 전 총장은 “성실함과 재능만으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보려는 청년들에게 이번 LH 투기 사태는 게임룰 조차 조작되고 있어서 아예 승산이 없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