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음 커지는 자본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다

리베카 헨더슨/임상훈 옮김/어크로스/1만8000원

자본주의 대전환/리베카 헨더슨/임상훈 옮김/어크로스/1만8000원

 

수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자본주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인류는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문명을 이룩하고 번영을 누려왔지만, 극심한 불평등과 환경파괴 등 부작용에 따른 피해도 분명하다. 실질적인 혁신 없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관심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쏠리는 이유다.

문제는 자유시장이 아니라 통제받지 않는 자유시장이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자유시장은 모든 가용 정보를 반영하고, 진정한 기회의 자유가 있으며 게임의 규칙이 공정한 경쟁을 지지해줄 때만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가격은 미친 듯이 널뛰고, 기회의 자유는 금수저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되고 있으며, 기업은 시장을 왜곡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게임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



책 ‘자본주의 대전환’은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더는 기능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왔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지목하는 문제 해결의 주체는 기업이다. 먼저 맹목적 이익 추구로 귀결되는 주주 우선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기업의 목적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사회에서 기업이 담당하는 역할, 기업이 정부와 맺고 있는 관계를 바꾸는 것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만드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립톤은 지속가능하게 재배된 차로 전환하며 5%의 비용 상승을 자처하는 시도로 수요 한계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에트나보험사는 비용을 조정해가며 수익을 창출하는 업계 관행을 벗어나 고객이 건강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을 취했고, 그 전략의 일환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일본 주식시장의 7%를 소유한 후생연금펀드는 기업들에 ESG에 주력할 것을 요구한 사례도 유명하다.

저자 리베카 헨더슨은 명망 높은 학자들이 특정 학과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강의할 수 있도록 하버드대가 임명하는 특별교수 25인 가운데 한 명이다.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원이자 영국과 미국의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이며 MIT 슬론스쿨 석좌교수를 지냈다.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모색해온 세계적인 석학으로 IBM, P&G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의 자문을 맡아왔다. 비영리단체 CERES와 동물진단기업 아이덱스의 이사이기도 하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