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계정까지 찾아내… 정의당 간부 스토킹에 극단 선택 시도” 20대 女당원 폭로

정의당 전남도당 순천시위원회, 당기위에 사건 제소… 가해 간부 징계 수위 등 결정 방침

정의당 20대 당원이 2년 전 30대 간부로부터 스토킹을 당했으며,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다 지난 5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13일 뉴스1에 따르면 정의당 전남도당 순천시위원회 청년 정의당원 A(23·여)씨는 입당한 지난 2019년 10월부터 약 3개월간 당 간부 B씨에게 지속적인 스토킹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당대회에서 대의원 등의 직책을 맡아왔다.

 

A씨 주장에 따르면 B씨는 “예쁘다” “한 여배우와 닮았다” “친한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자” 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단체 대화방에서 “A씨와 술 마시고 싶다” “공연을 보러 가자” 등 스스럼없이 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A씨가 반응하지 않자, B씨는 밤늦은 시간 수시로 A씨에게 전화를 걸고 이를 받지 않으면 ‘발신자 제한 표시’로 전화를 걸었다. ‘나의 어깨에 기대라’ ‘당신은 내게 설레는 봄이야’라는 시 구절을 문자 메시지 등으로 보내거나, 늦은 시각 A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모든 게시물에 ‘좋아요’ 폭탄을 날리며 괴롭혔다. B씨가 비공개 SNS 계정까지 알아내 메시지를 보내 시달렸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B씨가 근무 시간을 비롯해 출퇴근 시간에 맞춰 아침, 저녁으로 카톡 및 전화를 하며 ‘친한 사이로 지내고 싶다’고 했다”며 “10살이나 많은 B씨와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연락을 피했지만, 지속적으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 연합뉴스

그는 또 “저의 직장을 알고 있는 B씨가 직장이든 집이든 찾아올까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거라 생각하며 참았다”며 “B씨가 저보다 오래 당내에서 자리를 잡아 전남도당위원회에 알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21살이었던 A씨는 당에 이런 사실을 알리더라도 자신의 낮은 지위와 입지 때문에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고통을 감내하다 조용히 당 활동을 중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토킹이 시작된 2019년 10월부터 지속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왔고, 최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인권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정의당 내에서 스토킹 범죄가 있었다”며 “여전히 이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당 활동을 하는 B씨를 볼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최근 사건을 당에 알렸으나 당 차원에서 사과의 말을 듣지 못했다”며 “당은 오히려 당기위원회에서의 재진술을 강요하거나, 직접 만나 면담을 하자며 부담을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태도가 이렇다 보니 B씨의 사과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냐”며 “스토킹 범죄자인 B씨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처벌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청년당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입당해준 A씨가 고맙고 소중해서 친해지려고 연락했던 것뿐”이라며 “부담으로 느꼈다면 미안하다. 당의 결정에 따라 그에 맞는 책임을 다하겠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의당 전남도당 순천시위원회는 당기위원회에 사건을 제소하고, 당기위 조사 결과에 따라 B씨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