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체납자 2416명, 가상화폐로 숨긴 재산 딱 걸렸다

국세청, 366억원 강제징수

‘27억원 체납’ 의사 39억 투자 확인
압류 통보하자 스스로 전액 납부
“고액 체납자 끝까지 추적·환수
은닉재산 신고 최고 20억 포상금”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이용해 재산을 은닉한 고액체납자 2416명에 대한 366억 원의 현금징수와 채권을 확보 했다며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호화생활을 하는 A씨는 종합소득세 27억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그는 병원 수입금액을 가상자산(가상화폐)으로 39억원어치 은닉했다. 가상자산 은닉 사실을 확인한 국세청은 그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압류하겠다고 통보했고, 그는 스스로 체납액 전액을 현금으로 납부했다.

국세청은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체납자의 가상자산 보유현황 자료를 수집·분석해 A씨처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이용해 재산을 은닉한 고액체납자 2416명을 상대로 체납액 366억원을 현금으로 징수하거나 채권으로 확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가운데 222명은 부동산 양도대금 은닉 등 추가적인 강제징수 회피 혐의가 확인돼 추적 조사 중이다.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해 강제징수를 한 것은 정부 부처 최초다.

정철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와 거래대금 등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할 가능성이 제기돼 기획분석을 통해 강제징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는 재산은닉행위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해 고액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가상자산 자체가 아니라 소유자가 거래소에 대해 가진 출금청구채권 또는 반환청구채권 등을 압류했다. 이로 인해 가상화폐를 현금화할 수 없게 된 체납자들은 압류를 풀기 위해 현금으로 체납액을 내거나 가상화폐를 처분해서 밀린 세금을 냈다.

가상자산 강제징수 사례를 보면 A씨처럼 사업소득을 가상자산으로 은닉한 고소득 전문직 외에도 물려받은 재산을 가상자산으로 숨긴 고액 상속자 등 다양했다.

농산물 전자상거래업자인 B씨는 체납액 6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수입금액 14억원을 가상자산으로 은닉했다. 경기도에 있는 부동산을 48억원에 양도한 C씨는 양도소득세 12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가상자산으로 12억원어치를 숨겼다. 체납자 D씨는 부친 사망으로 상속받은 금융재산 17억원에 대한 상속세 2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상속 재산 5억원을 가상자산으로 감췄다.

E씨는 특수관계자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증여받은 재산을 과소신고해 발생한 체납액 26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증여받은 재산을 가상자산으로 1억원어치 은닉했다. 그는 현금으로 증여받은 재산에 대한 강도 높은 추적조사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강제징수의 실효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체납자 입장에서 지금 가상자산을 처분하는 것보다 다른 데서 자금을 동원해 체납액을 납부하고, 향후 가상자산이 더 오르면 그만큼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의 경우 2014년 말 34만1000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3159만6000원으로 뛰었으며, 지난 10일 기준 6202만7000원을 기록했다.

국세청은 고액체납자의 은닉재산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도 당부했다. 체납자의 은닉재산 신고를 통해 체납세금을 징수하는 데 기여한 신고자에게는 징수액에 따라 5∼20%의 지급률을 적용해 최대 20억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된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