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獨·伊 등 확진자 급증세 각국 완화됐던 봉쇄조치 등 강화 백신 접종속도 더딘 국가 큰 타격 伊, 신규 확진자 폭증에 비상 조치 佛도 통금·위험지역 2곳 봉쇄령 獨, 하루 3117명 늘자 봉쇄 유지 폴란드, 집합 금지명령·학교 폐쇄 美 파우치 “伊 등 반면교사 삼아야”
유럽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위기에 직면했다. 겨울철 내내 이어졌던 봉쇄가 완화되면서 경각심이 느슨해진 가운데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백신 접종 속도가 더딘 나라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내 감염률이 지난달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상점·학교 폐쇄 등 조치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영국과는 대조적으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몇몇 국가는 새로운 봉쇄 조치를 취할 예정이거나 이미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인구의 34.9%가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한 차례 맞아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영국 정도가 확산세를 비교적 잘 통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15일부터 새 봉쇄 조치를 적용했다. 사람들은 필수 업무 외에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대부분의 상점과 술집, 식당은 문을 닫는다. 지난해 11월 4만명 선까지 치솟았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올 1월 이후 1만5000명대 이하로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급증하자 비상 조치에 돌입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12일 약 2만7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고, 38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유감스럽게도 새로운 감염 파동에 직면했다”며 “지난해 봄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우리는 그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도 비슷한 처지다. 일일 신규 확진자 1주간 평균치가 2만3000명을 상회했다.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파리지앵이 12분마다 한 명씩 집중 치료 병상에 입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는 전국에 오후 6시 이후 통행금지령을 내리는 한편 확산세가 심한 두 지역에 주말 봉쇄령을 시행했지만, 전국 단위 봉쇄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압박이 거세다.
독일은 보건당국이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고 이미 인정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신규 확진자 수가 전주 대비 3117명이 증가한 1만2674명까지 치솟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봉쇄·방역 조치가 빨리 풀린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강력한 봉쇄 조치 유지 방침을 시사했다.
폴란드 역시 지난 10일 1만7260명의 확진자가 나와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폴란드는 이미 엄격한 집합 금지 명령을 발동하고 대부분의 학교를 폐쇄한 가운데 이번 주 새로운 봉쇄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헝가리와 체코에서도 감염률과 사망자 수가 급증해 보건 당국자들이 경고음을 낸 상황이다.
미국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증가하면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는 일상이 훨씬 자유로워질 것이라면서도 “미국도 이탈리아와 유사한 상황을 겪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들(이탈리아인)은 확진자 수가 줄자 식당과 일부 술집을 열었고, 특히 젊은이들이 마스크 착용을 중단했다. 갑자기 (감염건수가) 급상승했다”면서 “우리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방역 수칙을 갑자기 철회하지 않고 백신 접종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이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