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가 거세게 일고 있는 미얀마에서 14, 15일(현지시간) 이틀간 최소 5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15일 미얀마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5명이 숨졌다. 18세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통신과 전화통화에서 “소녀와 소년 한 명이 각각 머리와 얼굴에 총을 맞았다”며 “나는 지금 피신해 있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밍잔에서 3명, 아웅란에서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미얀마 전역에서 시위대 53명이 숨지는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연이틀 희생자가 속출한 것이다. 전날에는 양곤 외곽 산업지대 흘라잉타야에서 37명, 양곤 이외 지역에서 16명이 각각 사망했다고 현지 의료진과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가 밝혔다. 미얀마 국영 MRTV는 시위 진압 경찰 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18명이 숨져 ‘피의 일요일’이라 불렸던 지난달 28일, 전국에서 38명이 숨진 지난 3일보다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시위에 참여했다가 희생된 이는 쿠데타 발발 7주 만에 약 140명으로 늘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날은 특히 흘라잉타야 지역의 중국계 의류공장 여러 곳이 신원 미상자의 습격으로 불에 타는 등 반중 감정이 고조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미얀마에 영향력이 큰 중국이 쿠데타에 미온적 태도를 고수하자 시위대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에 동참하기는 했지만, 유엔 같은 기구가 회원국 내정에 간섭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아니라며 국제사회 개입에 선을 그어왔다.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당시에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향후 제재를 시사하는 내용을 담는 데 반대했다. 특히 쿠데타 발생 직전인 지난 1월에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얀마를 찾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외에도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을 면담한 사실이 알려져 ‘중국 배후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양곤의 중국계 공장 32곳이 방화 공격을 받아 중국인 직원 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확인된 피해 규모는 3700만달러(약 419억원)로 집계됐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피해 공장은 중국 기업이나 중국과 미얀마 합자기업 소유로, 대부분 의류 관련 공장이라고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 측은 설명했다.
미얀마 현지 기업인은 “쇠파이프와 도끼를 든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공장을 부순 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번 방화가 반중 세력 또는 홍콩 분리주의자 등의 영향을 받은 현지 주민 소행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러한 불법 행위는 미얀마와 미얀마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얀마는 중국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