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에 관한 속담은 왜 많은 걸까. 화를 부를 수도, 복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현들도 말조심하라고 한다. 공자, “옛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실천이 미치지 못할까 두려워서다.” 퇴계 이황, “입 다물기를 병마개처럼 하라.”
말에 관한 명구를 남긴 사람은 풍도(馮道)다. 이런 말을 했다. “입은 화의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하는 곳마다 몸을 편히 하리라(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
당이 무너진 후 정치 격변기인 오대십국 시대. 자칫 잘못했다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하지만 풍도는 후당·후진·후한·후주 네 왕조에서 열 명의 황제를 섬겼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말조심은 ‘부도옹’(不倒翁·쓰러지지 않는 노인)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온 나라가 벌집 쑤셔 놓은 듯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투기 문제가 터지면서 대통령의 양산 사저 농지 매입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그러나 정작 불을 붙인 것은 대통령의 말이다.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댓글이 약 2만개나 달렸다. 누가 좀스럽다는 것일까. 야당 국회의원이? 집값 폭등에 좌절하고, 공공개발을 주도하는 LH 임직원의 농지 투기에 분노하는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나를 두고 하는 말일까.” 여당에서도 당황했을 성싶다. “대통령이 직접 쓴 글이 맞느냐”고 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땅투기를 하겠다고 농지 몇백평을 샀겠는가. 문제는 ‘영농 경력 11년’을 내세워 산 땅을 9개월 만에 형질을 변경했다는 사실이다. 왜? 애초 땅 형질을 바꿔 집을 짓겠다고 했으면 그 농지를 살 수 없었을 테니. 국정 최고책임자가 농지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스스로 허물었으니 더더욱 말조심을 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좀스럽다”고 했으니, 설화는 번진다.
사무사(思無邪). 생각에 삿됨이 없으면 낭패당할 일도 없지 않을까.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