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에도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봄철 불청객인 중국발 황사로 하늘이 뿌옇게 뒤덮일 것으로 관측됐다.
황사는 기압 형태와 관련성이 높다.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 같은 큰 기단이 지배적인 시기에는 동아시아 건조지역에 강한 바람이 불어도 모래먼지가 대기 중으로 뜨지 않아 황사가 우리나라까지 밀려오지 않는다. 반면 봄철이나 가을철에는 저기압에 이어 고기압이 들어오는 기압 형태가 빈번히 발생하며 저기압의 상승기류가 띄워놓은 흙먼지를 고기압이 우리나라까지 밀고 들어온다.
우리나라 상공에 있던 고농도 미세먼지가 황사와 섞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예측했다. 손정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예보관은 “이날 오후부터 남풍이 불면서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 새벽부터 백령도 등 서해 5도부터 시작해 황사 유입이 예상된다”며 “내일 오전 11시쯤에 서쪽지방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쁠 예정”이라고 예보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부 지역에서 90 초반까지 치솟으며 ‘매우 나쁨’(67㎍/㎥ 이상)으로 나타났던 서울이나 경기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오후 4시 기준 각각 67㎍/㎥, 60㎍/㎥로 ‘나쁨’(36∼75㎍/㎥)으로 낮아졌다. 전라권·경상권 등 남부지방은 20∼35㎍/㎥을 나타내며 ‘보통’(16∼35㎍/㎥)으로 초미세먼지가 해소됐다.
◆‘흙탕물 속 걷는 듯’… 최악 황사 덮친 베이징
‘누런 흙탕물 속을 헤집고 가는 듯하다.’
15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하늘은 물만 없는 누런 흙탕물과 다름없었다. 황사가 워낙 심해 하늘이 심지어 주황빛을 띄기도 했다. 강한 바람과 함께 닥친 황사로 실외에서 눈을 뜨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몽골에서 발원한 모래 폭풍의 영향으로 발생한 황사 탓에 베이징이 온통 누렇게 물들었다. 이번 모래 폭풍은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15일 베이징을 포함해 북방 12개 성·직할시에서 대규모 황사가 출현했다며 황색 황사 경보를 발령했다. 베이징에서는 이날 황사와 강풍의 영향으로 400편 넘는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베이징시 기상대는 대부분 지역이 황사로 가시거리가 1㎞ 이하였고, 시내 6개구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한때 8108㎍/㎥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은 미세먼지가 1만㎍/㎥에 육박하기도 했다. 초미세먼지(PM2.5) 역시 한때 400㎍/㎥를 훌쩍 넘었다. 한국 기준으로 초미세먼지는 76㎍/㎥ 이상, 미세먼지는 150㎍/㎥ 이상일 때 ‘매우 나쁨’으로 분류된다.
중국환경모니터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부터 베이징의 실시간 공기질지수(AQI)가 최고치인 500에 달하는 등 오염 수준이 최악인 ‘심각한 오염’(AQI 301∼500)을 나타냈다. 공기질이 더 나빠지더라도 500 이상은 표기가 되지 않는다.
중앙기상대는 이번 황사가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가장 격렬한 모래 폭풍이 전날 밤 몽골 남부에서 발생해 기류를 타고 남하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몽골 지역에선 모래 폭풍으로 6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실종됐다.
중국 당국은 뒤늦게 베이징 인근 허베이시 탕산의 철강 및 시멘트 공장의 대기 오염물질 불법 배출 단속에 들어갔다. 베이징에서 20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중공업 도시 탕산 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 물질은 베이징까지 영향을 미친다.
베이징은 지난 4∼11일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렸는데 상당 부분은 수도권 공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서 회복했다는 모습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양회 기간 공장 가동률을 높이려 이렇다할 단속을 펴지 않던 중국 당국이 양회가 끝나자 뒤늦게 단속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유빈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