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팝콘’, ‘금성+맥주’, ‘미원맛소금+팝콘’, ‘삼육두유+아이스크림’, ‘신한생명+얼큰튀김우동’….
언뜻 보기에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는 상표와 제품의 조합이다. 하지만 이런 의외성에 소비자들은 열광한다. ‘콜라보(컬래버레이션·협업)’ 열풍이다. 포화된 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새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유통업체의 필요와 재미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향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새롭게 탄생한 복고 상품이 유행 이끌어
자연농원, 금성 등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협업으로 탄생되는 제품 중에서는 시대를 풍미한 오래된 브랜드를 새롭게 재해석한 뉴트로(뉴+레트로) 상품이 많다.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가 붙은 제품은 팝콘, 맥주, 패딩,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며 인기를 모았다. CU에서 구두약 회사 말표와 협업해 출시한 말표 흑맥주도 출시 3일 만에 초도 생산물량 25만개가 완판됐다.
GS리테일이 대상과 손잡고 내놓은 미원맛소금맛팝콘은 출시된 지 50년이 넘은 미원맛소금 고유 서체와 디자인을 살려 화제를 모았다. 세븐일레븐도 성신양회와 함께 천마표 시멘트의 포장 디자인을 살린 팝콘을 내놨다.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캐릭터는 술잔 등의 제품에 이어 감자칩, 젤리, 마카롱, 떡볶이 등 다양한 식품으로 재탄생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기성세대에는 추억과 친숙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1980~2000년대에 출생한 MZ세대에게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곰표 팝콘을 시작으로 곰표 시리즈를 편의점에 최초 도입한 황철중 CU 스낵식품팀 상품기획자(MD)는 “예전에는 익숙한 애니메이션이나 웹툰 캐릭터 등을 사용한 협업 제품이 많았지만 이들 캐릭터는 너무 흔하다”며 “익숙한 것을 새롭게 선보이는 이종 간 협업이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 브랜드의 이색적인 만남 자체로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제품들도 있다. 지난달 오뚜기가 빙그레의 과자를 라면으로 만든 ‘꽃게랑면’과 오뚜기의 참깨라면을 빙그레가 과자로 만든 ‘참깨라면타임’이 나왔다.
롯데마트는 게임 회사인 컴투스의 프로야구 게임 캐릭터를 넣어 지난해 내놓은 감귤 ‘프로야귤’이 인기를 끌자 골프 게임의 캐릭터를 활용한 ‘버디크러시x대추방울토마토’도 최근 판매했다.
◆과열경쟁에 무분별한 협업도
협업 경쟁이 과열되면서 시선을 끌기 위해 제품이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까지는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
최근 GS25가 모나미와 협업한 유어스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은 매직과 흡사한 포장지에 내용물도 잉크색과 같은 검은색과 빨간색을 사용한 대형 매직의 모습이다. CU의 말표 구두약 협업 상품 중 구두약 양철 케이스에 초콜릿을 담은 제품과 세븐일레븐의 딱붙캔디도 용기와 내용물이 각각 구두약과 딱풀을 연상시킨다.
이들 상품은 모두 가정에서 사용하는 실제 제품과 비슷해 자칫 어린아이들에게 혼동을 일으켜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협업 제품의 참신성이 계속 유지될지도 관건이다. 너무 많은 협업 제품이 나오다 보면 소비자들의 피로가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소비자분석연구소장)는 “상품이 워낙 포화된 상태에서 간단한 방법으로 신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고, 유행에 민감한 MZ세대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업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품을 출시할 때 어린이들의 사고 위험 우려가 있는 제품은 지양하는 한편, 과도한 협업 제품은 소비자에게 식상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