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부산 가덕도 방문을 두고 ‘선거 개입’ 논란이 인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1 등에 따르면, 선관위는 이영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대통령이 직무수행 활동 일환으로 지역을 방문한 것”이라며 “선거에 관한 발언이나 특정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 없이 해당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한 계획을 청취하고 지원을 약속하는 행위만으로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앞서 이 의원은 “문 대통령이 재보궐 선거를 40여일 앞둔 지난달 25일 부산을 방문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질의를 선관위에 보낸 바 있다.
또 이 의원은 “과거 선거기간 전 대통령의 지역 현장 방문 관련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선관위가 표명한 입장을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에 선관위는 “과거 선거기간 전 대통령의 지역 현장 방문과 관련해 우리 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상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판단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가덕도를 방문했다.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가덕 신공항 건설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이에 야권은 오는 4월7일 재보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가덕도를 찾은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매표행위라며 날을 세웠다.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 해석을 내리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김기현(사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립성이 생명인 선관위가 대통령의 심기를 관리하고, 집권 세력의 정권 연장 도구로 전락했다”면서 “차라리 선관위를 AI로 대체하자”고 비꼬았다.
그는 문 대통령의 가덕도행에 대해 “누가 봐도 대통령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자신이 속한 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국민 세금을 쏟아붓겠다며 노골적으로 매표행위를 한 것이 뻔한데도, 선관위는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마도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면서 “선관위의 편파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지난해 말 TBS 교통방송이 유튜브 구독자를 늘린다는 명목으로 ‘#1(일) 합시다’ 캠페인을 벌여 논란을 키운 사안과 관련해 선관위가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한 것을 거론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에게 했던 말처럼 ‘선관위도 문재인 정부의 선관위’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선거의 공정 관리를 포기한 채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다가는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