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의혹이 불거진 근본 원인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1, 2기 신도시 조성 때도 투기로 구속된 사례가 많다. 정부 탓이다. 일반인은 토지가 수용되더라도 공시지가로 보상받는다고 알고 있다. 변 장관도 LH 사장 시절 같은 얘길 했다. LH 직원은 다 팔고 나갔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공시지가의 1.5∼2배 보상이 나간다. 개발이익이나 매각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걸 국민들은 모른다. 광명·시흥뿐 아니라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등까지 전수조사하면 (투기 사례는)수두룩할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 대부분은 퇴직이 얼마 안 남은 사람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걸리더라도 내규상 면직처리되면 그뿐이다.”
―정부가 뒤늦게 LH 직원 실거주 외 토지취득금지와 농지강제처분 등 대책을 내놨다.
“순서가 바뀌었다. 지금 어떤 대책을 내놔도 백약이 무효다. 실거주 외 토지취득을 금지하고, 수사결과에 따른 농지강제처분 등은 투기 당사자와 LH만 대상으로 한 지엽적인 문제다. 국토부 등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지금 LH라는 기관의 공중분해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불가피하다. 다만 지금은 철저한 수사가 먼저다.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각종 입법은 그 이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
―시한부 장관이 2·4대책 추진 가능하겠나.
“지금 문제가 된 게 모두 변 장관의 LH 사장 재임시절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으로선 난감할 수 있다. 그냥 사표를 수리하면 변 장관의 책임을 면해주는 결과를 가져와 비난의 소지가 있다. 그렇다고 당장 바꾸자니 임기 1년도 안 남은 장관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다 보니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다만 공공주도형 서민주택정책의 추진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수사결과를 지켜보며 정책추진 속도를 조절하거나 공급물량을 조절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LH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조기수습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정부가 끝날 때까지 파문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주택공급은 모두 200만호다. 문제는 공급의 방향성만 제시했다. 아마 20년간 정권을 재창출할 것이라고 믿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민간주도가 아닌 토지수용방식의 공공주도형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LH 사장으로 간다는 얘기가 나온다. LH 사장은 국토부 장관으로 간다. 전형적인 ‘돌려막기’다. 지금 집값 상승세가 낮은 지방보다는 수도권이 문제다. 서민주택을 가장 많이 짓는 건 LH뿐이 아니다. LH는 물론 SH와 경기도시공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필요하다.”
―‘강남·다주택자=투기’로 본 정책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건가.
“애초 정책방향이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봤다. 불로소득을 없애겠다고 1가구 2주택자를 ‘악’으로 규정했다. ‘두 집 살림’ 안 하면 그냥 투기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로 무주택자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LH사태만 봐도 지금 주택투기보다 토지투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애꿎은 국민을 투기꾼으로 몰더니 결국 정부가 투기꾼임을 자인한 셈이다.”
―LH파문이 없었더라면 집값 연착륙은 가능한가.
“2018년 기준 서울의 자가주택 점유율은 50%가 안 된다. 나머지는 1가구 2주택 등 다주택자다. 정부가 아무리 애를 써도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누차 얘기하지만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건 거래를 정상화시키는 것뿐이다. 양도세 등을 낮춰 숨통을 트여주고,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넘어가게 해야 집값과 전월세시장이 안정된다. 3년 넘게 시장을 이기겠다고 공언하더니 이제서야 민간이 아닌 정부 공급을 늘리겠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재난지원금 등 세금을 마구 쓰면서 돈이 많이 풀렸다. 부동산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주택공급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말로만 주택 공급을 외쳐도 당장 입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100만, 200만호는 1∼2년 내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주택시장은 입주물량이 있어야 한다. 서울·수도권에 84만호가 동시에 쏟아지면 주택가격이 폭락하고 미분양사태가 온다. 시장 공급도 탄력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규제에만 집착하다 보니 공급은 외면했다. 뒤늦게 정부가 제시한 공급도 민간주도가 아닌 공공개발이다. 향후 재집권을 노린 중장기 계획이라는 의심이 간다. 역세권 개발 시 용적률을 올려주면서 개발이익환수다 뭐다 해서 정부가 모두 가져간다. 민간이 선뜻 나설 리 만무하다.”
―임대주택 형태의 공공주도 공급 방향은 맞는 건가.
“북유럽 쪽에 많은 임대주택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 부동산이 자산의 80%를 넘는다. 주택은 소유 개념이다. 임대주택문화가 정착되려면 주택공급이 충분해야 한다.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다. 그러려면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서울의 수요를 분산시키려면 세금을 낮추고 수도권 지역에 교통 등 접근성을 높이면 된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억제하는 ‘역수요공급법칙’에 집착했다. 수요가 있어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수요가 분산된 줄 알고 착각한 것이다. 공급을 내팽개치고 규제위주 정책을 쓰면서 부작용과 시장 왜곡현상만 심각해졌다.”
김기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