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4·7 재보궐선거 의미에 대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태로 갑작스럽게 보궐선거가 있으리라고 상상도 안 했다”며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다시 탄생할 기회다. ‘신이 주신 기회’라 생각하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의 국정 혼란에 민심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양당 구조인 한국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당 대표를 모두 지낸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다. 위기 순간에 항상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정치적으로 큰 보폭을 걸으며 ‘킹메이커’라는 이미지도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자택을 찾아 도움을 구한 적도 있다.
―보선 승리를 위해 안 후보를 보듬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안 후보는) 어른인데 뭘 보듬고 가느냐. 서울시장 후보로 나올 생각을 했으면 정치의 과정이 어렵다는 걸 알아야 한다. 처음부터 문제가 뭐냐면 (제1야당에서) 허락도 안 해줬는데 ‘내가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 아닌가. 자기를 후보로 만들어달라고 하는 상식에 어긋나는 소리를 받아들일 순 없다. 오 후보는 자연인 오세훈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선출한 후보다. 그러니까 국민의힘과 기호 2번에 오세훈이란 이름이 걸린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그것도 다 빼자고 하지 않느냐. 상식에 위반하는 것이다. 상식도 안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겐 양보할 게 없다. 단일화 프로세스대로 하면 된다.”
―오 후보의 본선 경쟁력은.
“본선서 오 후보가 이긴다고 본다. 박근혜정권이 탄핵을 당한 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자유한국당으로 변했는데 당의 잘못에 대해 서로 다투다가 국민을 짜증 나게 했다. 총선 때 여당심판론보다 야당심판론이 우세해 참패했다. 그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힘으로 당명도 바꾸고 일부 변모를 거쳐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임하게 됐다. 지금까지 안철수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식으로 언론과 정치권이 몰고 갔다. (나는) ‘두고 보라. 어떻게 전개되는가’라고 생각했다. 결국 상황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느냐. 어느 정도 확신을 토대로 승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LH 사태에 대한 여당 대처를 어떻게 평가하나.
“현 정부 들어서 부동산정책을 25번 발표했고 모두 실패했다. 부동산정책의 실패 부산물이 LH 사건이다. 당장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 (여당이) 지금 하는 걸 보면 불이 났는데 불 끄는 방법만 이야기하고 있다. 특검은 국회 절차상 구성하는 데 한참 걸린다. 일단 검찰이 빨리 수사하고 그것도 안 되면 특검을 하면 된다. 지금은 말로만 논쟁할 뿐 (여당이)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수습)하는 척하며 모양새만 갖추는 형태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공정이다. 사회구조와 경제를 어떻게 만들어야 공정할 수 있느냐에 맞춰서 대선 준비를 해야 한다.”
―젊은 대선주자가 나와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 있다.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사람 중에 경제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대권주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대통령 후보는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누가 미리 후보를 만들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검찰을 나와선 ‘대망론’ 대상이 된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식적 과정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그렇게 만든 것이지 본인이 원해서 된 게 아니다. 내가 보기에 윤 전 총장은 총장직을 충실히 생각했던 사람이다. 처음부터 정치적인 뜻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억압당하는 과정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고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치하는 사람, 특히 대권을 장악하려고 하는 사람은 소위 잡아야 할 별의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잘 잡으면 성공하고, 뭔지 모르고 지나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지난 4일 총장직 사퇴를 하는 걸 보고 별의 순간을 잡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손을 잡을 가능성은.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야 하니까 이것저것 (대안을) 생각하다가 꼭 필요할 것 같으면 윤 전 총장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고 본다.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이 정상적인 정당으로 기능하면 한번 노크해볼 수 있다. 둘 다 가능하다. 나는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그때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거절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윤 전 총장은 검사 출신이다. 민주주의 사회 다원성을 아우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염려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 남은 기간 노력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정치하는 사람 중 모든 분야를 제대로 알고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사회를 이끌어가기 위해 지도자가 알아야 할 덕목이 5∼6가지 된다. 이걸 철저하게 준비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외교, 교육, 경제 등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꼭 해야 할 몇 가지 분야에 대해 지금부터 노력해서 배우면 충분히 가능하다.”
―비대위원장으로의 소회를 말해달라.
“당이 비상상태에 빠져 그에 맞는 처방을 하지 않고는 사태 수습을 할 수 없었다. 과거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안고 넘어온 문제들을 내가 하나씩 해결했다. 시대 흐름에 맞게 정강·정책도 바꿨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를 내고 그 후보가 상당수 지지율을 확보한 건 그간 당의 이미지 변화가 이뤄진 걸 의미한다고 본다.”
대담=이우승 정치부장
정리=이현미·김주영·곽은산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