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냐 내정간섭이냐… 中 ‘미얀마 사태’ 딜레마

중국계 공장 공격받자 대응 고심
자국민 피해 커져 관망도 어려워
개입땐 군부와 밀착 인정하는 꼴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 뉴시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시위 과정에서 중국계 공장들이 공격을 받자 중국이 미얀마 사태 대응을 놓고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내정간섭 불가론’을 펴며 미얀마 사태를 관망해 온 중국이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군부와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경우 국제사회에 나도는 군부와의 밀착설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반면 자국민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관망만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얀마는 폭력행위를 방지하고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며 “시위대도 선동이나 조작이 아닌 합법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 14일 미얀마 양곤 흘라앙타야에서 중국계 공장 32곳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뒤 나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인권이사회 등에서 미얀마 쿠데타를 ‘내정’이라며 관망하던 중국이 자국민 피해가 발생하자 과거보다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내정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그간의 뉘앙스는 최대한 유지했다.

이는 중국이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군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그동안 반대해 온 내정간섭을 하는 꼴이 되고, 이는 국제사회에서 제기된 ‘군부 뒷배’ 의혹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자니 반중감정에 따른 중국인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이 곤란해지자 관영매체들이 앞장서 반중 세력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미얀마 사태에 대한 중국 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외곽에 있는 흘라잉타야 산업단지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이날 흘라잉타야에 있는 중국계 공장 다수가 방화 및 약탈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양곤=AP연합뉴스

글로벌타임스는 소식통과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중국계 공장에 대한 공격은 조직적·계획적으로 진행됐다”며 “이번 공격이 서방의 일부 반중 세력과 홍콩 분리주의자의 영향을 받은 현지 주민들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중 세력이 중국·미얀마 관계를 이간질하기 위해 현지 주민을 선동했다는 얘기다.

중국의 이 같은 대응은 미얀마 시위대의 반중 감정에 기름을 끼얹었다. 트위터 등에서는 “중국은 자신들의 공장을 희생시키고 평화로운 시위대를 비난하고 있다. 중국은 ‘내정’이라더니 지금은 간섭하고 있다”며 중국 자작설을 제기하거나 “중국 공장이 불타자마자 그들의 친한 친구인 군부는 즉각 해당 지역에 계엄령을 발표했다”며 중국과 군부가 손잡았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