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우 첫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 “다른 세계 이야기 … 멍해지는 느낌 후보만으로도 상 탄 것과 같아 나 혼자라도 축하 술 마셔야겠다” 남우주연상 후보 한국계 스티븐 연 “정말 멋지고 흥분… 기쁘고 행복해” 정이삭 감독 “미나리, ‘통합’ 기여를”
“전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게는 단지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로는 처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가 된 윤여정(사진)은 15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 LA타임스(LAT)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정도면 충분하고, 이미 승자가 된 기분”이라고도 했다.
윤여정은 캐나다에서 애플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애플TV 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하고 귀국하는 길에 낭보를 접했다. 그는 “매니저가 인터넷을 보다 후보에 지명됐다고 알려줬다”며 “매니저는 울었지만 난 울지 않았다. 멍해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매니저가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해 나 혼자 술을 마셔야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로 불리는 데 대해선 “일종의 스트레스였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칭찬인 걸 알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메릴 스트리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이고, 난 단지 한국의 윤여정이다. 모든 사람은 다르고, 나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
남우주연상 후보가 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도 “정말 멋진 일이고 흥분된다”며 “제 역할을 최대한 잘 해내려 노력했을 뿐이고, (‘미나리’가)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더 넓고 깊이 이해하는 데 기여한 것 같아 기쁘고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외신들은 윤여정뿐 아니라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남우주연상 후보가 된 데 대해서도 “역사를 썼다”며 주목했다. LAT는 “지난해 ‘기생충’이 역사적인 우승을 했지만, 오스카는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재능을 인정하는 데 있어 최악의 기록을 갖고 있다”며 “‘미나리’가 신기원을 열었다”고 전했다.
‘미나리’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은 영화가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데 대해 “가슴이 벅차지만 오늘 일을 이해할 수 없다”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감을 말했다. 정 감독은 할리우드 매체 데드라인 인터뷰에서 “우리는 영화를 원팀이자 한가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오스카 후보 지명은) 큰 의미가 있다”며 “‘미나리’의 모든 가족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가 증가한 것과 관련해 “낙심했다”면서도 “아시아계가 아닌 사람들이 ‘미나리’와 연결돼 그들의 것(이야기) 중 하나로 보는 데 대해 일체감을 느낀다. ‘미나리’에 대한 반응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 감독의 ‘오페라’도 오스카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