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 때릴수록 커지는 ‘분노의 사과’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영웅 헤라클레스가 산길을 걷고 있는데 이상하게 생긴 사과 하나가 앞에 놓여 있었다. 하찮은 물건이 감히 길을 막는다는 생각에 발로 툭 찼다. 사과는 두 배로 커졌다. 괘씸하게 여긴 헤라클레스가 사과를 세게 짓밟았다. 사과는 무릎 높이만큼 커졌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는 몽둥이로 힘껏 내리쳤다. 사과는 더욱 부풀어 올라 산길을 아예 막아버렸다.
분노의 사과 얘기는 우리 사회에도 등장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엄청난 몸집으로 키운 일등공신은 집권여당이다. 권력자들이 윤 전 총장을 발로 차고 짓밟을수록 그의 명성은 높아갔다. 화가 치밀어 몽둥이로 쫓아내자 마침내 그는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자리에 올랐다. 한 여론기관이 내놓은 그의 차기 대권 지지율은 37%로 압도적 1위였다.
여권은 우화의 교훈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 채 윤석열 때리기에만 골몰한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관련해 “부동산 시장의 부패 사정이 제대로 되지 못한 데는 검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뜬금없이 윤석열 책임론을 들먹인다. ‘형사 피고인’ 조국 전 법무장관은 “검찰공화국은 부패공화국과 동전의 양면”이라고 협공한다. 대선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차기 당권 주자인 홍영표 의원도 LH 사태를 검찰 탓으로 돌린다. 모든 책임과 잘못은 결국 검찰에 있다는 ‘기승전검(檢)’의 해괴한 논리다.
이솝우화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헤라클레스에게 희망의 출구를 제시한다. 집채만 한 사과와 씨름하는 헤라클레스 앞에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신이 노래를 부르며 어루만졌더니 사과는 원래의 크기로 작아졌다. 결국 해답의 열쇠는 분노가 아니라 포용에 있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의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다. 몽둥이로는 절대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분노의 몽둥이’를 계속 휘두르면 정말 오도 가도 못하는 절망의 나락에 처할 것이다.
배연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