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특검) 실시와 함께 국회의원 300명 전원의 부동산 전수조사에 전격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전수조사와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도 국민의힘이 제안한 국정조사를 받아들였다. 여야는 그러면서도 4·7 재보궐선거와 대선 정국의 핵심 변수가 될 ‘판도라의 상자’의 유불리를 물밑에서 각각 계산 중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먼저 제안한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특검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꺼려왔다.
여야는 특검법 마련과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빠르면 한 달 안”, 주 원내대표는 “3월 임시국회 중 처리” 뜻을 밝혔다. 그러나 여야는 특검 임명부터 조사 대상, 범위 등을 놓고 서로 간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수사 범위와 관련 “성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수사 범위에 이명박·박근혜정부 부동산 개발까지 포함할 가능성이 높고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의 택지개발 과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특검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특검 임명과 수사팀 구성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수사 개시는 오는 5월은 돼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효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이 출범하면 정부합동수사본부(합수본)는 사건을 특검으로 이첩하게 된다.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아닌 투기 의혹은 합수본이 계속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합수본은 공무원·공공기관 직원 전반의 내부정보 이용 투기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LH 사태로 수세에 몰렸다가 반전의 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정부·여당의 책임 문제에서 사회 전반의 부동산 적폐 문제로 전환시켰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검과 전수조사 등으로 부동산 이슈 국면을 장기화해 대선까지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 등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며 여당 소속의 선출직 공직자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 역시 국민의힘에 유리한 대목이다.
한편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LH 직원도 주말농장 목적이라면 농지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구 실장은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토지 구매를 거론하며 “실사용 목적으로 주말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LH 직원도 농지를 살 수 있는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장혜진·김승환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