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친모, 왜 출산 부인하나…"더 큰 거짓말이 있다" [뉴스+]

실종된 아이 생사에 따라 석씨 추가 범죄 여부 갈릴수도
바꿔치기 한 아이 사망했을 경우 ‘살인죄’ 적용될지 관건
더 큰 비밀이나 또다른 범죄 숨기기 위한 거짓말일 가능성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경북 구미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사라진 또다른 여아의 행방을 찾지 못한채 17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3세 여아의 할머니로 알려졌다가 친모로 밝혀진 석모(48)씨가 출산 및 아이를 바꿔치기 한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DNA 검사를 통해 이달 초 홀로 방치된채 숨진 3세 아이의 친모가 석씨라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석씨와 남편 진술에만 의존하다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투입된 프로파일러 3명도 석씨의 자백을 받아내는데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제한된 정보 탓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명백한 증거인 DNA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석씨가 출산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배경에 더 큰 범죄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라진 아이 행방과 석씨의 출산 부인 이유 연관 있나

 

사망한 3세 여아의 친모가 석씨로 밝혀지면서 수사의 핵심은 그의 딸 김모(22)씨가 낳은 아이의 행방으로 옮겨졌다. 사라진 아이의 생사에 따라 석씨의 추가 범죄 여부와 혐의도 달라질 수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승재현 연구위원은 DNA 증거 앞에서도 석씨가 출산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는 이유에 대해 “사라진 아이의 생사는 석씨가 또다른 사건과 연루되는 고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의 생사를 알수 없는 상황에서 대단히 조심스럽지만, 만약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 개입했다면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석씨에게 김씨 아이를 빼돌린 미성년자 약취 혐의만 적용되지만, 아이가 사망했다면 석씨가 살인 혐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아예 출산 자체를 부인해 바꿔치기 및 그외 범죄 가능성에 대한 혐의를 차단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아이가 생존해 있다면 석씨는 왜 부인할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까지 출산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뭔가를 감추려는 분명한 생각”이라며 ”사라진 아이도 (감추려는) 불법행위 속에 들어가 있는 단서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설령 사라진 아이가 사망했더라도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살인은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3년전 (실종)사건이라 고의성 입증이 안된다. 살인으로 가기 어려운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망한 아이가 자신의 딸이 맞고, 바꿔치기한 아이는 태어난지 얼마 안돼서 사망했다고 해도 한참 전이라 지역을 특정해도 찾기 힘들다”면서 “경찰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해주고 끝내도 되는데 굳이 부인을 하고 있지 않나”라고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더 큰 거짓말이 있다고 본다”며 “3년 전에 사고사나 병사했다고 할수도 있는데 이렇게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할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전에 실종된 아이가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석씨에게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석씨가 사망한 아이의 친모라는 DNA검사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실익이 없는데도 완강하게 버티는 것은 더 숨기고 싶은 사건이나 사고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17일 오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 혐의 외에 시체유기 미수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석씨 남편은 정말 부인의 임신·출산 몰랐나

 

석씨의 임신과 출산 사실을 몰랐다고 한 남편의 진술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 집에서 살면서 눈에 띄게 배가 불러오는 임신 후기까지 눈치를 채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경찰이 수거한 진술 중 가장 의미있는 진술은 그 남편의 진술이라고 생각한다”며 “뭔가 더 감추지 않으면 안되는 사실이 있으니 둘 다 임신 자체를 극구 부인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한가지 가능성은 자신들의 과거, 이미 석씨의 내연남 등이 일부 밝혀졌지만 어떤 과거가 밝혀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우선 석씨와 딸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 등 가족간 관계 설명이 돼야 한다”며

 

”중년 부부가 한 집에 살더라도 소원했다면 부인의 임신을 몰랐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조력을 해준 사람, 산파든 애를 봐준 사람이든 따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그러나 “석씨가 딸(김씨) 또는 남편과 공모를 했거나, (이들 가족이) 입을 맞추고 세상에 얘기하지 않은 사연이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며 “(석씨가 계속 부인하는 것은) 사회적 비난, 관계의 단절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