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을 대상으로 투기에 나선 정황이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7년 국정감사 당시 LH 임직원들의 비위행위 근절이 국회 요구사항에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국회의 이런 요구에 맞춰 부패예방단을 구성하고 내부시스템을 강화하겠다며 실질적으로 비위 예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에서 투기로 수익을 얻는 동안 내부 감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LH가 국회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고 국민을 우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토위 국정감사 당시 국회는 LH 임직원의 비위행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자체 감사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국회 회의록을 보면 정용기 의원은 “LH를 들여다보면 흔히 말하는 갑질, 요즘 유행어처럼 사용하는 적폐, 전관예우 이런 것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LH가 국토부 산하 메이저 공기업 중에서 부패나 비위와 관련된 면직자가 가장 많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면직된 이들 중 뇌물수수가 원인이 됐던 경우가 가장 많았다면서 “(LH 직원들이) 재판 과정, 수사 과정에서도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고 죄의식이 없다”고 질타했다. 정 의원은 이어 “어찌보면 좀 확대해서 해석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만 그러냐, 다 그런데’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박상우 LH 사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이 청렴한 공직문화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요구에 대해 LH는 이듬해 6월 후속조치를 만들어 국회에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부패예방단을 구성해 실시간감사시스템을 통해 부패행위 선제조치, 감찰정보 수집 및 조사를 진행하고, 모바일 신고시스템 및 개선감사사례검색시스템 개편 등을 통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LH는 감사활동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해 실질적인 비위예방 효과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위 예방을 막겠다며 LH가 내세웠던 대책은 LH 직원들의 투기 사태와 관련해서는 ‘무용지물’이었다. LH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LH에서 내부 정보나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했다가 내부 감사에 적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2018년 LH의 대책이 단지 ‘보여주기’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LH 사장이 국회에 강조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공직문화’와 관련해서도 LH 직원의 부적절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이다. LH 한 직원은 이번 투기 사태 이후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을 통해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직원은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힌다’,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등 글을 올려 공분을 샀다. 경남경찰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이 사건을 진주경찰서에서 넘겨 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