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수사, 국토부 직원·가족 향한다…신도시 선정·의사결정 과정 살펴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7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과 공공택지기획과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17일 신도시 선정 등 국토관리업무를 총괄한 국토교통부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가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불거진 투기 의혹의 불똥이 상급기관인 국토부로 튀었다. 경찰은 3기 신도시와 주요 산업단지 선정 등 모든 국토 관리업무를 총괄한 국토부의 의사결정라인에 있던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부 고위관료 출신인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가족 명의로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 인근 땅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쯤 세종시 국토부 청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이번 사태의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국토부에서 관련 서류와 물품 등을 확보했다.

 

경찰의 이날 국토부 압수수색은 신도시 건설계획 주무부서를 타깃으로 삼았다. LH 직원을 포함해 누가 내부 정보를 열람했고 이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확보한 뒤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수사 범위도 국토부 공무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산하기관인 LH 직원에게 초점을 맞췄던 신도시 투기 의혹 조사가 국토부 전·현직 직원과 가족으로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경찰은 이날 수사에선 LH와 관련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자료 확보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 국토부 직원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는 나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향후 경찰은 신도시를 선정할 때 의사결정을 하는 국토부 직원들까지 살펴보고, 정보가 외부로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추적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와 관련, 공공택지기획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컴퓨터를 집중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시 등 사업지구의 다양한 도안과 중간결재 과정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법조계 등에선 “권력형 비리사건의 형태를 띤 LH 사태를 말단 LH 직원들의 일탈로 몰아가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처럼 신도시 사업을 주도한 국토부로 수사 대상이 넓어지면서 신도시 선정과 보상 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선 “국토부를 수사하지 않고 정부가 신도시 투기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겠냐”며 서둘러 국토부를 압수수색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또 LH 사태를 조사하기 위한 정부 합동조사단에 일부 국토부 관계자들이 포함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바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