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불안감이 드네요. 만약 이번 사건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아시아계 증오 정서와 관련돼 있다면 더 그럴 것 같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마사지숍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8명이 숨진 16일(현지시간) 두세 번째 총격 발생 장소 인근에 거주하는 그레고리 웰치는 뉴욕타임스(NYT)에 이같이 말했다. 경찰은 조지아주 우드스톡 출신의 백인 남성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을 붙잡아 구금한 뒤 “아직 분명한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건에 인종적 동기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희생자 중 6명이 아시아계로 파악되면서다.
최근 뉴욕시 외곽 쇼핑가에서 40세 남성이 83세 한인 할머니에게 침을 뱉고 주먹질을 하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해 체포되는 등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톱 AAPI 헤이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미국을 강타한 지난해 3월 중순 이후 최근까지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 신고가 약 3800건 접수됐다. 한 조사에서는 미국 내 증오 범죄는 7% 줄어든 반면 16개 주요 도시의 아시아계 대상 범죄는 149%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건이 발생한 조지아주는 특히 최근 수십년간 아시아계 비율이 급속히 증가한 지역이다. 애틀랜타가 속한 풀턴카운티 인구의 7.6%가 아시아계다. 공화당 아성인 이곳 유권자들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데에도 아시아계 표심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곤 한다. 조지아주의 첫 흑인 상원의원인 라파엘 워녹(민주)은 트위터에서 “증오는 치명적”이라며 “비극적 폭력으로 가슴이 찢어졌다”고 했다.
이날 총격은 오후 5시쯤 애틀랜타 북서부 ‘영즈 아시안 마사지 팔러’에서 처음 발생했다. 2명이 즉사했고 병원으로 이송된 3명 중 2명이 숨졌다. 바로 옆 양품점 주인 리타 배런(47)은 “탕탕 소리가 들리더니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5시47분에는 이곳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애틀랜타 북동부 ‘골드마사지 스파’에서 강도가 들었다는 911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여성 3명이 숨진 현장을 경찰이 살피는 동안 길 건너 ‘아로마세러피 스파’에서 총격이 발생해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이 지역에는 타투숍, 스트립클럽 등이 밀집해 있어 ‘홍등가’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평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경찰은 범행 직후 도주한 용의자 롱을 오후 8시30분쯤 애틀랜타에서 남쪽으로 240㎞가량 떨어진 75번 고속도로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1차 범행 당시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검은색 현대 투싼 차량이 2, 3차 범행 장소 인근에서도 발견된 점에 미뤄 “동일인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용의자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배포, 추격전 끝에 붙잡아 크리스프카운티 유치장에 수감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뉴욕 경찰국 대테러부서는 관할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님에도 이번 총격을 주시하고 있다며 “경계 수위를 높여 뉴욕 전역의 아시아계 공동체에 경찰관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