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교토국제고 교가

일본의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야구부 창설 22년 만에 일본 전국고교야구대회 ‘고시엔(甲子園)’ 본선에 진출했다. 야구부를 둔 일본 고등학교는 3940곳. 이 중 32개교가 고시엔 대회 본선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작은 학교다. 학생이라야 131명. 이들이 똘똘 뭉쳐 123대 1의 경쟁 벽을 뚫은 대이변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한국어 교가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야마토란 무엇일까. 교토에서 가까운 땅 이름이다. 일본 문화의 맹아를 터뜨린 야마토 시대(250∼710년)의 중심이기도 하다. 대화(大和)라 쓰고, 야마토라고 읽는다. 우리나라 고대 이두(吏讀) 표기의 전통을 그대로 담은 이름이다. 웅진(熊津)이라 쓰고, ‘곰나루’로 읽은 것과 똑같다.

곰나루 지명은 왜 사라진 걸까. 통일신라시대 때 지명·관명·인명을 중국식으로 바꾼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경덕왕 때인 757년, 당나라를 본떠 지명과 관명을 한식화(漢式化)했다. 상주의 옛 이름인 사벌주(沙伐州). 사벌은 ‘모래벌’의 이두식 표기다. 이후 모래벌 이름은 사라지고 사벌 지명만 남았다.

야마토라는 말에는 혈연으로 맺어진 한·일의 고대사가 담겨 있다.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은 2001년 생일 때 이런 말을 했다.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을 느낀다.” 간무의 어머니는 백제계 여인 다카노노 니가사(高野新笠)다. 간무는 헤이안 시대(794∼1185년)를 연 천황이다. 백제의 무령왕. 그가 태어난 곳은 일본 남부의 가카라시마 섬이라고 한다. 그런 인연 때문일까. 백제가 멸망하던 날, 야마토 세력의 함선 수백 척은 백제부흥군을 돕기 위해 백강에서 전투를 벌였다. 함선들은 모두 불탔다. ‘백강의 전투’다

교토국제고의 교가는 일본 NHK의 야구중계 방송을 타고 일본 전역에 울려 퍼진다.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 일본 우익은 또 무엇이라고 외칠까. ‘야마토’는 갈등이 아닌, 공존의 새 역사지평을 여는 화두다.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공존을 이루는 ‘거룩한 꿈’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강호원 논설위원